'하자 디지털 에디터즈' 올 한 해 종종 하자마을통신에도 등장했던 이름인데요. 이것이 무엇인지, 혹은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계시나요? 하자 디지털 에디터즈(일명 '하디에')는 하자 인스타그램 채널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후기청소년 그룹으로, 네 명의 청소년이 올해 3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하자에 모여 활동해왔습니다.
나무, 르네, 복아, 짐승 네 명의 에디터는 하자 인스타 계정이 이름만 있던 지난 3월 처음 모였습니다. 하자의 계정을 운영하게 될 그룹인 만큼 이미 하자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이 모이게 되었고, 그중에는 이미 아는 사이, 이름만 아는 사이, 처음 만나는 사이도 있었습니다. 각자의 기대와 바람을 나누었던 오리엔테이션 이후 처음 한 달 동안은 앞으로 하자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떤 청소년을 만나고 싶고 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서로 생각을 나누기도 하고, 하자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개선점을 찾아보는 워크숍을 해보기도 하고, 인스타그램 계정 이름을 새로 짓고, 채널을 미리 스케치해보기도 하며 준비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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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개선점 찾기 워크숍 중에서
그리고 4월 23일 정식 계정 운영을 시작하며, 에디터 한 명 한 명 자기소개를 올렸습니다. 청소년이 청소년과 직접 소통하는 채널을 시작하며 '내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일은 꼭 필요한 순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이후로는 에디터 개인이 매달 콘텐츠 주제를 정하고, 내용을 기획해 제작하고, 자신의 별칭을 달아 업로드하기 시작했습니다.
채널 운영 초반에는 하자 일곱 가지 약속이나 하자 공간 이용 방법 등을 소개하고, 에디터가 직접 참여한 하자 프로그램 후기를 콘텐츠로 제작하기도 하며 인스타그램 세상에 하자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주로 만들었습니다. 주제 선정의 주요 기준은 딱 두 가지였는데요, 하자와 관련 있거나청소년과 관련 있는 이슈. 어떻게 보면 제한이 거의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디에들은 8개월 동안 총 50개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그중 반은 하자 이야기, 반은 에디터 개인의 관심 이슈를 다룬 내용이었던 것 같네요. 처음에는 '개인의 관심이슈를 하자 공식 계정에서 콘텐츠화해도 괜찮을까?'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에디터 개인이 곧 청소년 당사자이기 때문에 위의 두 가지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다룬 콘텐츠 주제를 나열해보면 스쿨미투,스무살의 노동과 최저임금,하자에서 할 수 있는 일 5가지,프라이드 먼스 기념 퀴어 콘텐츠 추천,지하철역에서 하자 오는 법,납량특집 하자 괴담 이야기,비대학 청(소)년 이야기 등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다양한 스펙트럼의 주제들을 다뤘는지 감이 오시나요? 하디에가 매달 주제 선정-기획서 작성-회의-작업 시작-초안-수정-완성-업로드의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면, 주제를 선정하고 기획서를 작성하는 첫 단계에서 모든 에디터들이 고전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활동 기간의 3/4 지점이 되어, 하자 청소년 최대 축제 창의서밋을 맞이했습니다. 내외부 손님을 초대해야하는 큰 행사인 만큼 하디에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서밋 홍보 콘텐츠를 하나씩 만들어내고, 현장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서밋에서 하디에 네 명을 모두 찾은 사람에게 하디에가 직접 준비한 선물을 준다는 내용이었죠. 팔로워들에게 줄 선물은 도안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손수 준비했습니다. 하자백스 스무 장에 그동안 하디에가 제작한 콘텐츠에서 발췌한 문장들을 새겨넣으며 '과연 스무 장을 모두 소진할 수 있을까?' 걱정도 하였습니다만, 다행히 현장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금방 소진하게 되었습니다. 이때의 경험이 하디에들에게는 온라인 세상에서 텍스트로만 존재하던 '하자러'들을 직접 만나고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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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에들이 한 땀 한 땀 제작한 하자백스 하디에 에디션과 스티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하디에란 이름으로 8개월을 보내며 에디터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활동을 모두 마치며 회고 모임을 했을 때, 하디에 활동을 자신의 언어로 정의해본다면? 질문을 던졌습니다. 월 30만원의 활동지원비를 받으며 매주 같은 장소에 모여서 비건 간식을 나눠 먹고 서로의 근황을 공유하고 함께 회의하고 작업하며 이어온 시간 동안 하디에는 이들에게 때로는 학교, 때로는 일터, 때로는 무대, 때로는 놀이터였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래는 에디터들의 응답을 옮겨 적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공식적으로 정돈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했던 활동."
"청소년에게 마이크를 쥐어주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는 활동이었다."
"청소년이 청소년의 언어로 청소년의 관심사를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의미 있었다."
"말하고싶은 언어를 찾은 것 같다. 나의 생각을 언어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끝으로, 에디터 4인의 최애 콘텐츠를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아래 에디터 나무의 리뷰글이 이어집니다! - 르네: 자퇴를 고민하는 너에게동생에게 헌정하는 글인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청소년들에게 다른 모습의 삶을 상상할 수 있는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짐승: 오 마이 아이돌 그동안 글쓰기가 힘들었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감을 잡은 것 같다. 시의성 있는 주제에 나의 이야기를 보태는 경험이 어떤 감각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
- 복아: 하자 컬쳐원 친구랑 평소에 놀면서 하던 것을 조금만 가공해서 콘텐츠로 만들었다. 놀면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 나무: 수영 배우는 만화 내 이야기를 다루었고 아이패드를 활용해서 웹툰 형식으로 처음 해본 작업어서 기억에 남는다.
:: 글_ 효빛(학습생태계팀 판돌)
하자 디지털 에디터즈, 비하인드와 애프터
자기소개 때 한 말이 떠오른다. ‘저는 사람과 공간, 기회를 찾아 헤매다가 하자에 왔는데요, 그 때 제가 느꼈던 하자와 지금 느끼는 하자는 어떻고 제가 좋아하는 하자에는 어떤 면들이 있는지 차근차근 풀어보려고 해요.’ 결국 다 풀어내지는 못했지만 지금 내가 보여주고 싶은 하자는 '사람들'이다. 하자는 늘 뭔가 다르고 따듯하고 제대로 된 걸 하고 싶은 나에게 탐색의 대상이었다. 결국은 내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에 나는 하자에게 고마웠다. 하자사람들이 좋았다. 내겐 그 사람들이 하자였고 하자가 곧 그들이었다. 그래서 나의 하자는 계속 변했다. 해가 갈수록, 더 알아갈수록. 이 얘길 못해서 아쉬웠다. 당신의 하자는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수영 배우는 만화’는 다니고 있는 주말로드스꼴라에서 한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힌트를 얻었다. 나는 실제로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 더 공감이 되었다. 처음 기획을 했을 때 나는 인생 처음으로 수영을 배우고 있었다. 그래서 그 얘기도 넣을까 했는데 곁가지가 많아져서 뺐다. 여러 장애물을 뚫고 배우기 시작했는데 오래 가진 못했다. 다시 수영을 배우게 된다면 꼭 후속작을 만들고 싶다.
나는 아직 어떤 작업을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깜냥은 아니다. 그래도 작업자가 되고 싶어서, 동경만하기는 싫어서 뭐라도 해보려고 한다. 글을 더 써보고도 싶고 그림을 그려보고 컴퓨터를 다뤄보고 싶다. 그런데 솔직하고 무거운 글만 써버릇 했던 관성이 오래 가서인지 작업할 때 난 왜 이리 노잼인가 좀 슬펐다. 이런 걸 사람들이 봐줄까. 다른 사람들이 이모티콘 붙이는 것마저 능숙해보여서 부러웠다. 근데 생각해보니 나 인스타그램도 이거(하디에)하면서 처음 했는데 좀 서툴러도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어차피 사람들은 나 그렇게 신경 안 쓸텐데... 나나 신경 쓰지... 그게 문제지.
벌써 올해도 끝나간다. 지난 날들을 되돌아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힘들지 않고 기쁘지 않은 날들이 어디 있겠나 싶지만 올해는 유독 내가 부족해 보였던 거 같다. 그건 다르게 보면 내가 채우고 끌어안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좀 더 뚜렷한 정신으로, 어떤 일들의 처음을 경험해볼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내 영역이 비좁다고 느껴졌고, 나는 아주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만들고 싶었다. 하디에는 내 영역을 훨씬 넓게 이끌어주었다. 지금껏 내가 해오던 것들과는 다른 것들로. 게다가 내가 어디서 팔로워 1000명 앞에 내 콘텐츠를 보여주겠나. 덕분에 훌륭한 첫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옆에 있었던 동료들의 존재도 큰 힘이 되었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러 모인 우리이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안부를 묻고, 물어봐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았다. 그게 정말 위로가 됐다. 좋은 동료를 얻은 거 같아서 든든할 때가 많았다.
마지막 인사는 인스타에 올린 글의 마지막 문장으로.
‘하디에는 여기서 마무리 짓지만 하자 인스타도, 저도 계속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가끔 하자 인스타를 보러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