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다(김가현)는 4년 전 스프링캠프를 통해 하자를 처음 만났습니다. 이후 하자를 드나들며 관심 있는 프로젝트를 함께해왔어요. 올해 한다는 피스피스-큐레이터 왕왕 프로젝트의 보조강사(이자 아이스브레이킹 퀴즈마스터이자 마음 돌봄이이자 기타 등등의 역할)로 함께했습니다. 그 동안 하자에서 역할했던 청소년PM과는 조금 다른 보조강사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왕왕이들과 도우미들(찬쓰, 토리, 마디, 차차, 나무) 사이의 가교가 되어주었어요. 한다가 바라본 피스피스-큐레이터 왕왕 프로젝트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5월 9일부터 9월 12일까지 총 열 일곱 번 모여 평화지도를 완성했어요. 우리 왕왕이들 아홉 명과 도우미 찬쓰, 토리, 한다, 그리고 디자이너 나무, 영상 편집 차차, 코더 마디까지, 이 열다섯 명의 힘을 모아서요!’
-왕왕 프로젝트 메이킹 영상 中-
#1 우리..이제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지?
올 해 모두가 그랬듯, 우리의 여정 또한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prod. by 코로나 장기화) 평화책 전시회를 향한 여정, 왕왕 프로젝트에 참석하기로 한 원정 대원 왕왕이들과 도우미들은 모두 모집되었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5월 초, 온라인으로라도 좌충우돌 시작하고, 3주차만에 운좋게 얼굴도 볼 수 있었지만 (마스크를 쓴 채로…), 결국 한 주 만에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원래 우리의 목적지인 오프라인 전시회도 계속 목적지로 삼아도 될지 미지수가 되었다.
모두가 ‘온라인 생활’이라는 새로운 걸음을 내딛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오프라인 전시만을 상상해 왔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온라인 전시라는 컨텐츠로는 어떻게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과연 사람들이 찾아볼 만한 온라인 전시를 만들 수 있을까? 혹시 코로나가 잠잠해질 수도 있으니 오프라인으로 밀고 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면서도 왕왕이들과 도우미들이 서로 유의미한 소통을 하며 이 전시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그 무엇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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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때로는 제자리걸음을 하더라도, 계속 걸어갈 수 있는 길을 찾기
그럼에도 우리는 당장 계속 앞으로 걸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무엇보다도 앞으로도 우리가 만날 수 있을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왕왕이들이 각자 집에서도 전시를 준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계획해야 했다.회의와 피드백을 반복하며 우리만의 온라인 모임 형식을 만들어 나갔다. 온라인 활동에서도 서로 친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매주 활동과는 상관 없는 넌센스 퀴즈 시간을 준비했고, 너무 같이 활동해서 부담스러워지지 않고, 너무 혼자 해서 심심해지지 않도록, 개인 활동과 팀 활동의 무게를 맞추어 나가며 진행했다. 그리고 못 다한 말을 남길 수 있는 활동일지도 매주 구글 설문으로 간단히 받았다.
그리고 왕왕이들은 매주 주중에도 학교 온라인 수업을 참석했기 때문에, 주말에까지 온라인에 모여 세 시간 동안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힘들어 하면서도 포기는 하지 않고! 각자의 에너지로, 꾸준히, 끝까지 같이 걸어왔다. 그렇게 3개월을 촘촘히 보내고 나서는, 우리의 목적지를 아예 ‘온라인 전시회’로 정했다. 8월부터는 왕왕이들이 그동안 만들어온 자료를 바탕으로 왕왕이들, 도우미들, 기술자분들이 모두 힘을 모아 평화 지도를 구체적으로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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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다가 생각하는 올해 2020 왕왕 프로젝트의 의의는?
온라인으로 우리가 이렇게나 할 수 있을 줄이야.
온라인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직접 오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과 코로나로부터의 안전함이라는 장점 외에는 모두 한계점들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친해지는 것, 책을 좋은 분위기에서 함께 읽고 의견과 감상을 나누는 것, 왕왕이들끼리 팀활동을 하며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거나, 도우미들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 사람들이 볼 만한 전시를 만든다는 것까지. 온라인으로는 모두 한계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들이 존재하는 건 당연했다. 우리 모두 온라인으로는 처음 해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할 수 없는 것들은 아니었다. 엄청 친해지지 않아도, 우리가 함께 평화지도를 만들어 온 사람들이라는 유대감은 확실히 생겼고, 오히려 각자의 자리에서 책도 꼼꼼히 보고 정리해 볼 수 있었고, 소그룹으로 나뉘어 서로의 의견도 나눴고, 매주 활동일지를 통해 그날의 감정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평화로의 여정을 안내하는 우리의 ‘평화지도’를 매우 만족스럽게, 꽤 훌륭하게 완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온라인 활동이 큰 비중을 차지했음에도, 이런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그리고 앞으로 코로나 이후의 일상을 꾸려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경험이고 사례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내가 가진 능력이 무엇인지 잘 알고, 이 프로젝트에 어떤 부분을 기여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럼으로써 프로젝트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었을 때, 좀 더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나의 실력과 능력을 쌓을 필요가 있다, 쌓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기 때문에 이 또한 배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4 이 여정은 한다에게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였나?
이 프로젝트가 시작될 즈음, 나는 집과 학원을 혼자 오가며 어학공부를 병행하고 있었다. 그 때는 공부도 잘 안되고,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도 더 못 만나게 되면서 우울해지고 움츠러들어 있었다. 그러다가 왕왕 프로젝트에 PM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다시 기지개를 펴고 활력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왕왕이들과의 시간, 피드백에 사랑을 싣고
이 프로젝트에 대한 큰 의지와 애정을 가지고, 자신의 몫을 꾸준히 해온 왕왕이들. 그들의 노력과 그 과정에서 펼쳐진 각각이 지닌 빛깔들은 평화지도가 완성 되는 데에 무엇보다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멋진 점을 발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만 맴돌고 있었던 나는 정말 즐거웠다. 뇌 한 쪽에 피가 쫙 통하는 느낌이었다. (ㅋㅋ) 때론 어떤 왕왕이가 잘 하는 것을 더 할 수 있도록 제안하거나, 좀 더 고쳐보면 좋을 것 같은 부분을 제안하는 것을 맡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늘 받기 두려워했던 피드백은 사실 이렇게 애정 어린 마음으로도 줄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경험하면서, 내가 받는 피드백들에 담긴 애정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꾸준한 피드백과 격려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내가 가장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전체의 과정 속에 지속적으로 힘을 불어넣은 피드백 시간이다. 피드백 시간은 찬쓰, 토리, 한다 셋이 모여서 매주 프로그램이 끝난 후 한두시간 정도 진행했다. 우리는 온라인 전시를 할 지 오프라인 전시를 할 지도 결정을 할 수도 없었고, 처음 해 본 온라인 활동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야만 하는 아주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동안 해온 방식이 통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그 막막함에 잡아 먹히지 않도록 했던 것이 바로 피드백 시간이었다. 매주 피드백 시간마다 지금 우리는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어떤 요소 때문에 안 괜찮은지를 알고,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다음주는 어디로,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를 꾸준히 찾아왔다. 그리고 다시 한 걸음 내딛고 나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를 다시 정확하게 피드백했다. 그래야 흐지부지 아무 곳으로나 걸어가지 않고 우리만의 목적지를 점차 찾아 나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잘 한 건 칭찬했다. 칭찬해야 계속 힘을 얻어 걸어갈 수 있으니까.
‘ㅇㅇ해도 괜찮아’라는 책의 제목들과 SNS의 문구들에서 내가 위로를 받거나, 힘을 얻지 못했던 이유를 문득 알 것 같다. 사실 우리는 괜찮지 않으니까. 이대로도 괜찮고 싶지만 괜찮을 수 없으니까. 그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말은 괜찮다는 말이 아니라,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어떤 걸음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프로젝트 초반에 나의 마음을 찌릿하게 했던 문장이 떠오른다.
‘평화란 단지 긴장이 없는 상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말한다.’ -마틴루터킹-
피드백 시간이 나에게 결코 쉽지는 않았다. 피드백을 주고받는 일은 늘 긴장되는 일이었고, 많이 경험해 본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방향에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하고 싶은데 왜인지는 몰라도 머리가 하얄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나에게 매주 진행된 꾸준한 피드백 시간은, 혹시나 내 말이 긴장이 있는 상태를 만들 것이라는 두려움을 딛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을 꺼내도 되고, 오히려 꺼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워가게 된 시간이었다. 그것이 끊임없이 정의를 찾아가는 첫 걸음을 배워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마무리 피드백 회의 때까지도 머리가 하얘졌었지만, 이제 시작인 걸! 앞으로도 꾸준히 연습하고 싶다.
우리의 평화지도가, 나에게 그런 것처럼 누군가에게도 평화 여정의 시작점에서 만나는 재미난 안내지도가 되기를 바라며!! 이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