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게 언제부터냐 하면 정말 태어난 순간부터였다. 내가 태어나던 순간에 엄마는 라디오에서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이 흘러나오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떠한 음과, 어떠한 소리를 듣고 있었다. 언제부터 그 음들의 조합을 사랑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근데, 사랑 뭐 이런 거를 떠나서 그냥 늘 무언가를 듣고 있긴 했었다. 유치원 때는 할머니 따라서 뽕짝 모음집을 들었고, 초등학교 때는 조금이라도 생긴 자아에 의해 버스커버스커와 빅뱅 노래를 들었다. 외국으로 떠났던 중학교 때에는 아무도 모르는 한국 노래를 들었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던 고삼 때는 아무도 모르는 외국 노래를 들었다.
내게 음악을 듣는 행위는 어디론가 혼자 빠져드는 일이었다.
나는 늘 혼자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음악작업장을 만나게 되었다. 이 말이 조금 드라마틱하지만, 그래도 사실이다. 혼자서만 무언가를 하던 내가, 같이 하지 않으면, 함께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음악을 접하게 되었다. 밴드 노래를 들으면서도 밴드가 여러 사람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협동이 필요한 음악이라는걸 알아차리지 못했던 나는, 음악작업장에서 처음으로 합주라는 걸 해보았다.
여기선 저 노래, 저기선 이 노래 들으면서 혼자 서 있었던 내가 이제는 적어도 내가 무슨 음악 좋아하는지는 말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 과정들이 마냥 아름답고 순탄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처음 해보는 이 협동의 과정이 어색하고 불편했고, 코로나 때문에 잘 만나고 있다가도 어느 순간 강제로 해어져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적어도 발은 뗐다. 외딴 섬처럼 떠 있던 내가, 뭔가를 함께 해보기 시작했고, 내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서툴지만, 내가 듣는 음악은 이제 함께 듣는 음악이 되고 있고, 또 듣기만 하는 음악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음악이 되고 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함께 걷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음악작업장 판돌 후멍께 감사하고, 이 과정을 이끌어주신 강사분들 모호와 눙눙 그리고 음악작업장 장이들 (결, 수현, 슬라, 신, 아가미, 준, 은하)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 계속 함께하는 음악을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