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자센터의 비고로라고 합니다. 본명은 이근우입니다. 하자센터에서 자전거공방을 담당하고 있고 자전거공방을 맡은 지는 4년 정도 됐어요. 지금은 원쓰, 네모, 미라클과 같이 열린작업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Q. 하자 자전거공방에서 어떤 일을 하나시요?
자전거공방은 자전거 활동이 일어나는 공간이에요. 자전거를 매개로 청소년들과 자전거 정비 교육, 자전거 리사이클링 프로젝트, 라이딩 교육 등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장애인 생활체육 NPO인 꿈꾸는거북이와 함께하며 텐덤바이크를 만들었어요. 그동안 여러 곳에서 의뢰를 주셔서 카페바이크와 텃밭에서 이용하는 카고바이크를 제작하기도 있습니다.
Q. 한국의 자전거 문화에 대해 소개를 해주시겠어요?
자전거도 다른 아웃도어 스포츠처럼 레저의 성격이 강합니다. 자전거를 타야겠다고 했을 때 장비부터 갖추는 경우가 많죠. 생활자전거의 성격은 약합니다. 생활자전거를 알리고 싶어서 여러 실험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막히는 부분이 많아요. 정비도 쉽게 고쳐 탈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죠. 버려지는 자전거의 70~80%가 펑크 때문에 버려진다고 해요. 간편하게 펑크를 떼우는 것조차 배울 곳이 없는 게 현실이죠. 자동차도 마찬가지고요. 스스로 애정을 갖고 관리하는 DIY문화가 많이 퍼지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도구를 대하는 인식도 점점 바뀔 것 같습니다.
Q. 이번 프로젝트도 인식 변화의 노력이라 볼 수 있겠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육아를 하는 입장이라 카고바이크에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고요. 유럽에서는 카고바이크로 아이들을 학교나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용도로 많이 사용해요. 장을 볼 때도 유용하게 쓰이지요. 영등포에서도 자전거 뒤편에 간이 안장을 설치해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경우를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가 엄마 시선 밖에 있다보니 불안정해 보이죠. 카고바이크를 한국 환경에 맞게 개발하고 전달함으로써, 자전거에 대한 인식 변화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한국에서는 카고바이크를 볼 기회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카고바이크 뿐만 아니라 자전거 환경 자체의 문제가 있어요. 도로 교통 상황이 큽니다. 하지만 도로가 바뀌기만을 기다리기도 어렵습니다. 도로 환경 이야기하는 것은 핑계라고 생각해요.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는 방법과 자전거 사용기술을 습득하는 노력은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도 위험하다고 하지만 자동차에 비해 시야가 넓어서 타기 나름이죠. 사고율도 자동차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에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자전거가 자동차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자전거의 존재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운전자의 인식이 중요합니다. 보행자도 마찬가지고요. 모두 도시 속에서 자전거가 필요하다 말하지만 타지 않을 때는 쉽게 잊어요.
Q. 그렇군요. 자전거 제작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롱존바이크 1대와 **마마챠리 형태의 카고바이크 1대를 만들었습니다. 롱존바이크는 일반적인 카고바이크와 달리 바퀴가 2개입니다. 삼륜 카고바이크는 ***틸팅이 적용되지 않으면 초보자들이 타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틸팅을 추가해야 한다는 점과 크기를 고려해, 최종적으로 바퀴가 2개인 롱존바이크 형태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카고바이크와 일반 자전거의 절충안으로, 마마챠리 형태의 카고바이크도 제작했습니다.
*롱존바이크(Long John Bike) : 롱존바이크는 짐칸이 핸들 앞 아래에 위치한 카고바이크다. 라이더가 짐을 보면서 라이딩할 수 있고, 조향이 쉬워 무거운 짐도 옮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마챠리(mamachari): 마마(mama)와 채리엇(chariot)의 일본식 합성어로서 부모가 아이를 태우기 적합한 형태의 일본식 생활자전거를 통칭함.
***틸팅 : 틸팅은 핸들의 조향을 따라 바퀴와 차체가 기울어지는 기능으로, 조향감과 승차감과 높이는 효과가 있다.
Q. 카고바이크는 어떻게 제작되는지 궁금해요.
자전거 제작 과정은 일반 자전거와 비슷합니다. 준비과정으로 재료를 손질하고 프레임 지그를 제작합니다. 이후에는 도면을 그리고 파이프들이 서로 맞을 수 있도록 곡선 가공을 합니다. 곡선 가공을 한 프레임은 지그에 물려 용접을 하고, 용접으로 인해 변형되거나 틀어진 부분들을 교정합니다. 교정된 프레임을 도색하고 바퀴와 핸들 등을 조립하면 완성입니다.
Q. 제작하며 특별히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힘들었던 점밖에 없네요. (웃음) 혼자서 모든 것을 제작하려 하니 힘에 부쳤죠. 제작을 위해 해외자료들도 찾아보고 PM들의 회의록을 보면서 적용 점들을 찾아갔습니다. 자전거 도로 폭과 엘리베이터의 폭, 수납공간의 너비와 디자인 등. PM들을 연구가 도움이 됐죠. 한편 자전거는 작은 부분이 잘못되거나 틀어져 있으면 그로 인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수정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힘들지만, 막상 만들어진 자전거를 보면 내 새끼 같은 마음도 듭니다.
Q. 수고 많으셨어요. 끝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롱존바이크는 조향할 때 카고 부분이 앞바퀴를 가려 운전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조향도 좀 더 부드럽게 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했죠. 카고바이크는 어느정도 숙련이 필요한 수단입니다. 안전하게 타기 위해서는 교육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륜바이크는 굴곡이 심한 지면에서도 탈 수 있지만 삼륜바이크와 비교해 중심 잡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점에서 타는 법이 익숙한 마마챠리 형태가 더 좋습니다 . 영등포처럼 골목이
좁고 복잡한 경우에는 더 그렇죠. 생활자전거에 안장을 추가하는 방식인 마마챠리는 활용도와 자전거 문화확산에서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 못다 한 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우리의 핵심 대상은 유아기 아이를 둔 엄마들입니다. 이들이 일상을 관찰하면 9시~10시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간단히 장을 보고 집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덧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입니다.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며 놀이터나 공원에서 잠시 놀고, 들어와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죠. 이렇듯 장을 보거나 아이와 함께 공원에서 산책할 때 카고바이크를 활용한다면, 쉽게 이동을 할 수 있고 짐도 운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에 상상하며 보고 싶었던 모습도 이런 모습들이죠. 앞으로도 생활자전거는 꾸준히 연구할 계획입니다. 지금보다는 좀 더 사용자가 경험하고, 그 의견들을 반영할 수 있도록 준비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