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풀은 5월부터 10월까지 매달 2명씩, 하자와 인연을 맺어온 아티스트를 만나 질문 몇가지를 나눠봅니다.
풍덩
질문 1. 간단한 자기소개와 하고 있는 창작 활동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다큐멘터리 형식을 기반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는 박소현입니다. 하자에서는 '시로'라고 불리우고 있어요. 다큐멘터리영화를 주로 만들고 있지만, 다큐멘터리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동시에 오랫동안 다양한 청소년, 장애인, 여성 등과 함께 미디어 교육 및 영화 교육도 해오고 있어요. 그 안에서 경계를 짓지 않고 다양한 작업과 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일상을 여성주의적인 시선으로 관찰하고 담아내는 작업에 관심이 있고요. 관련해서 논문 작업도 하고 있어요. 현재는 고양이 영화를 만들고 있고, 자립여성청년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집 앞, 동네 책방인 [너의 작업실]에서 동네분들과 영상미디어 교육도 하고 있어요.
질문 2. 그 창작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학부 시절, 연극영화과로 진학하면서 영화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배우가 되고 싶어서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는데 배우는 제 그릇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고 한 학기만에 영화 연출로 전공을 바꾸었어요. 그러던 중 2002년에 <미디액트>라는 곳을 통해서 독립영화를 만나게 되고, ‘미디어로 저항하라’는 슬로건 아래서 빡세게 미디어 교육 교사를 시작, 영화 교육도 시작했어요. 학교를 다닐 때는 영화 편집 감독이 되고 싶어서, 졸업하고 프리랜서로 단편영화들을 편집하기도 했죠. 소개를 받아 현장편집이나, 현장 연출부 등에도 면접을 봤었지만 영화 현장 스탭 면접은 매번 떨어졌어요. 그러던 중 편집을 할 수 있는 조감독이 필요하다는 소식에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조감독으로 참여하면서 다큐멘터리 길로 들어섰습니다.
질문 3. 창작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어디서 오는 걸까요?
‘동료’입니다. 저의 첫 장편 연출작인 <야근 대신 뜨개질>을 시작할 때, 함께 작업하던 동료들이 그 작업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왜 필요한지, 의미를 상기시켜 주었어요. 작업실도 나눠주고 아낌없는 지지와 협업을 해주어서 만들 수 있었습니다. 동료들의 지지와 협업은 다음, 그 다음, 그 다음을 시작할 수 있는 너무 중요한 동력입니다. 최근에는 <애프터 미투>라는 동료 여성감독들과 옴니버스 작업도 했는데 새로운 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동력은 고양이에요. 저의 고양이들과 함께 있다보면 영감이 피어오릅니다.
질문 4. 하자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나요?
2010년, <로드스꼴라>에 길별(교사)이 되면서 인연이 되었어요. 생계로 고민하던 때, 잠시 인턴으로 몸 담았던 전 직장 상사인 친구가 그때 막 새로 생겼던 <로드스꼴라>라는 학교에서 청소년들과 영상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는 길별을 찾고 있다 하더라고요. 여행을 다닐 수 있다고 해서 무조건 지원했지요. 지원을 하고 도대체 하자라는 곳이 어떤 곳인가, 조한혜정 교수(조한)의 글들과 하자총서를 전부 사다 읽기도 했어요. (아직도 전부 가지고 있어요.) 시간이 흘러 <로드스꼴>라 뿐만 아니라 <하자작업장학교>와도 인연을 맺게 되었죠.
질문 5. 하자라는 공간이 시로의 창작 활동과 연결된 순간이 있나요?
제 삶은 하자를 만나기 전과 후로 크게 나뉘게 돼요. 삼십대를 전부 하자와 함께 했는데, 배움과 성장의 공간으로 제 작업의 시작이자, 원천이 되어주었죠. 하자를 만나기 전에 펜촉, 펜대와 같은 기술을 가지게 되었다면, 하자를 통해 내용을 채우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야근 대신 뜨개질>, <구르는 돌처럼>,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까지 일명 하자 3부작을 완성했습니다. (웃음) 로드스꼴라를 통해 다양한 청년 작업자들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조한이나 히옥스, 거품(등)과 같은 선배 여성 작업자들과의 연결이 하자가 저에게 준 큰 선물 같아요. 그 연결을 통해 계속해서 새로운 질문들과 연결시켜주고, 그것 또한 제게 큰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둘째 고양이 메루도 하자에서 만났어요.
질문 6. 앞으로 하자가 창작자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요?
사진을 촬영해 준 작가 재윤이 청년 작가로서 하자 <아트플랫폼 공유작업실> 입주해 활동하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하자를 거쳐간 청(소)년 작업자들이 하자를 발판 삼아 작업을 이어 갈 수 있는 환경과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자 주변에 늘 작업자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하자를 통해서 다양한 청소년, 청년들을 소개하는 인터뷰 영상 작업들을 해오기도 했었는데요. 이 <하자풀> 작업처럼 계속해서 숨어 있는 이들을 호명하고 소개해주셔서 감사하고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