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풀은 5월부터 10월까지 매달 2명씩, 하자와 인연을 맺어온 아티스트를 만나 질문 몇가지를 나눠봅니다.
풍덩
질문 1. 자기 소개와 요즘 하고 있는 창작 활동에 관해 이야기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미술 작가 안유리입니다. 저는 주로 텍스트 사운드 비디오 작업을 하고 있어요. 2016년부터 코리안 디아스포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역사와 정치적인 변화 속에서 국가나 공동체로 인해 개인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추적하는 작업이에요. 사람들이 살았던 장소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이제는 사라진 사람들, 혹은 그런 이야기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복잡하죠. (웃음)
질문 2. 텍스트 사운드 비디오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하자센터 죽돌로 있을 때 영상 기록을 정말 오래 많이 했어요. 그때는 잘 몰랐지만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영상으로 기록한다는 건 기억과 증언을 담는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지금이 아닌 시간을 다시 불러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거나 볼 수 없는 사람과 시간이 영상 안에서는 다시 재생되니까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건 영상에서 소리가 나오는 순간이에요. 지금이 아닌 다른 시간의 소리가 재생될 때 모든 감각이 열리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작업할 때 소리를 많이 신경을 쓰는 이유이기도 해요.
스틱스 심포니, 2022 <자료제공 안유리>
질문 3. 창작 활동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결국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하나의 작업을 마무리할 무렵. 완전히 소화되지 않았거나 더욱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과 문제들 속에서 다음 작업으로 이어갈 질문들이 이어지는 것 같아요. 때때로 기획자들이 저에게 주제를 주고 그에 대한 작업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그 당시 제가 골몰하고 놓치 못하는 질문들을 제 언어로 해석해서 작업으로 이어가죠. 작가들이 상대적으로 다른 직업군에 비해 느슨한 일정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주중, 주말, '9 to 6' 상관없이 계속해서 머릿속 한 켠에는 안테나를 켜두고 있습니다. 그렇게 질문을 굴리고 굴리다가 어느 날 탁, 안착합니다. 그렇게 또 새로운 작업이 시작됩니다.
질문 4. 하자센터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나요?
오랫동안 영화를 좋아해서 10대 때부터 기술적으로 영화를 배우고 싶었어요. 그 당시에 이것저것 알아봤는데 수업료가 굉장히 비쌌어요. 그러다 어느날 우연히 신문에 작가 있던 영화 수업 광고를 봤는데 그게 하자센터에서 하는 수업이었어요. 수업료가 제일 싸서 찾아오게 됐어요. 집도 가까웠고. (웃음) 그때 하자에는 5개의 작업장이 있었는데 영상, 시각, 웹 디자인 작업장과 시민 문화 작업장이 있었어요. 10대들이 문화예술의 언어와 도구를 통해서 자기를 표현해 보자는 게 취지였어요. 저는 영상 디자인 작업장을 하면서 하자에 발을 붙이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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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japool artist 안유리
질문 5. 하자센터라는 공간이 유리의 창작 활동과 연결된 순간이 있나요?
하자에서 작업하면서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시간이 지나고 작업을 할수록 우리를 둘러싼 사회와 상황들에 더 몰두하게 된 것 같아요.
2001년에 하자의 10대, 20대 초반 여자들이 모여서 고정희 시인 10주기 추모제를 기획하는 팀 '소녀들의 페미니즘'을 조직했는데 역사적, 정치적 맥락 안에서 여성의 글쓰기가 남성의 글쓰기와 어떻게 다른지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고정희 시인의 시를 가지고 퍼포먼스나 영상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 경험이 굉장히 강렬했기 때문에 그 이후부터 저의 시선과 작업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어요. 최근 작업에 그때 했던 작업물을 다시 만들어서 추가하기도 했어요.
질문 6. 앞으로 하자센터가 창작자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요?
어떤 트랙을 타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살고 싶은 사람들, 흔히 말해 탈락됐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사람은 말투, 외모, 속도가 다 다르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모두 획일화되길 바라는 것 같아요. 그런 말을 듣는 청소년들한테 좀 다르게 해도 된다고 말해주면서 다른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어른, 동료, 공간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제가 유럽에 있다가 한국에 왔을 때 가장 크게 느낀 건 무료로 들어갈 곳이 없다는 거였어요. 돈이 없으면 갈 데가 없어요. 공원도, 길거리 벤치도 없어지고 있어요. 시민을 위한 공간이 점점 사라지는 거죠. 하자센터도 문을 더 개방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하면 좋겠어요. 사람이 많으면 그 안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도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