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해서 들어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화려하고 형형색색의 그림들로 우리들의 눈과 상상력을 즐겁게 해주곤 한다. 나 또한 그런 화려한 그림들에 매료되어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을 꿈꾸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그 꿈을 가슴속에 품게 된 나이는 20살을 넘긴 지 두어 해 가 지난 후였고, 진학한 대학은 그림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공대의 소재 관련 어느 과였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그 꿈을 버리지 못했던 이유는 부모님과 엇갈리는 직업관으로 인해 예대에 가지 못하고 애니메이터라는 꿈은 시도도 하지 못한 채로 사라졌던 과거의 기억 때문이었다.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꿈이 생기고 나서 과거의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 다짐했으나 어릴 때부터 예중, 예고, 예대의 과정을 밟아온 사람들과 같이 일하려면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확신이 없는 나에게 눈에 띄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나타났다. 그분은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인 박준성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사실 꽤 오래전부터 그분의 그림을 보며 존경해왔는데, 몇 개월 전 내가 선망하던 회사와 같이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와 너무 멋있다"라는 생각과 함께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이런 계기로 이번에 멘토 인터뷰를 진행하며 박준성 님을 섭외하게 되었다. 다행히 좋은 취지의 활동이라며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인터뷰를 기획하면서 중점적으로 물어보고 싶은 이야기는 ’현재 커리어 입지를 탄탄히 넓히고 있는 박준성 님도 과거에 진로와 관련하여 고난과 시행착오를 겪었을까?‘ 였다. 그래서 이번 인터뷰는 박준성 님의 현재 직업을 가지기까지의 이야기와 직업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러스트레이터 박준성님
Q. 독자들에게 박준성 님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려요!
저는 현재 대만에 위치한 ‘쿠도스 프로덕션’에서 근무하고 있고, 라이엇 게임즈1)의 레전드오브룬테라2) 하청을 받아 작업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 작업은 쿠도스 프로덕션 업무와 별개로 외주3) 작업을 해왔습니다. 따라서 라이엇게임즈 소속 직원은 아니고 외주 프리랜싱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1)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개발한 회사로,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 회사이다.
2)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온라인 카드게임이며, ‘리그오브레전드’의 세계관을 공유한다.
3) 회사나 단체에서 일정 보수를 대가로 그림이나 작품을 만들어주는 일
Q. 외주는 어떤 경로로 요청이 들어오나요?
외주는 작은 외주부터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소설작업이나 작게는 커미션도 있고요! 저도 처음에는 <방사>나 <외주나라>라는 네이버카페에서 받아 하는 일이 많았어요. 현재는 아트스테이션4)에서 메시지로 외주를 받거나, 메일로 거의 다 오네요. 그 메일주소가 노출되려면 아트스테이션이나 인스타그램 등에 포트폴리오를 많이 올리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4) CG 아트를 모아볼 수 있고 해외 일자리 및 비즈니스가 가능한 포트폴리오 사이트
박준성님의 작업 Battle Academia Katarina Lv1 - Legends of Runeterra
Q. 진로에 관하여 갈등을 겪었던 일이 있었나요?
기존에 선망하던 회사였던 블리자드5)에서 그 풍(그림체)을 잡고 싶어 연구하던 그림을, 롤을 알고 난 후 바꾸게 되어 조금 혼선을 빚었던 것은 있지만 너무 즐겁게 승화시켰었습니다. 어떻게든 좋아하는 것을 찾을 방도를 알아내게 부단히 노력했고 그 결과 즐기며 지금까지 쭉 유지/발전하고 있습니다.
5) 미국 비디오 게임 회사.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하스스톤’, ‘디아블로’, ‘오버워치’ 등등 수 많은 흥행작을 보유하고 있다.
Q. 박준성님은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든 찾아 발전시킨다고 하셨는데요. 그런 경험의 예시를 들려주시면 아직 내가 어떤 것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본인이 무엇을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잘하는 건 무엇인지, 심지어 좋아하면서 잘하기도 하는 게 무엇인지는 겪어봐야 아는 것입니다. 아무도 처음부터 내가 무엇에 정말 특출난지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사람을 많이 만나 대화해 보면서 그 사람의 경험과 일 얘기, 잡담 등을 하다 보면 어떤 이야기나 소재 등등이 가지치기를 하게 되죠. 그런 것들 중에 혹시 모를 건질 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또 본인이 좋아하는 쪽에 이미 가 있는 선배들께도 자문을 구해보는 등의 노력도 방법입니다. 이렇듯 아쉬운 것은 본인이기 때문에 문을 두드려보는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중첩되고 차이는 나게 돼 있습니다.
Q. 박준성 님은 어떤 계기를 통해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또 그림을 자신의 본업으로 삼고자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아주 어릴 적부터 직업에 관해서는 너무 하고 싶은 게 많아서 행복한 고민을 했습니다. 예체능 쪽으로는 다양하게 잘할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었는데, 피아노나 천체물리학자, 동물 사육사, 건축 디자이너, 화가 등등 다 되고 싶었었지요.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에는 정말 다양한 관심 분야 중에 무엇을 할지 고민했습니다. 뭘 하고 싶은지 못 찾은 상태는 아니라서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에는 그중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한 그림 쪽으로 가게 되었어요. 어릴 때부터 저와 가장 친한 건 무언가를 관찰하고 내 세상을 입혀보는 그림이었으니까요!
일화로는 아버지가 사다주신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초등학생 때부터 줄곧 했었는데, 히드라리스크6)가 너무 매력 있게 다가오는 겁니다. '저그'라는 종족의 디자인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그리고 또 그리다 보니 '난 커서 이런 괴물 디자이너의 최고가 되어야지'란 생각이 들었고 너무 많이 그려 생김새를 외울 지경이 되었습니다. 친구들의 체육복 뒤에 스타크래프트 캐릭터들을 유성펜으로 도배해 그려주기도 하고, 학교 선생님들로부터도 칭찬을 듣기도 했어요. 크진 않아도 교외 실기대회에서 입선같은 상만 받아도 제게 자신감이 되어주어 흥미가 저절로 생겨났어요.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그런 경험을 유지할 수 있게 응원과 장려를 해주셨습니다. 너무 큰 힘이 되었지요.
6) 스타크래프트 속 세 종족 중 저그 종족의 크리쳐
Q. 학업, 입시, 졸업, 취업.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거치는 과정일 수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박준성 님이 겪었던 시행착오나 시련을 어떻게 대하였는지, 이후 달라진 점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제 학창 시절 학업을 말씀드리면, 공부는 지지리도 못했습니다. 단지 그림에만 관심 있던 친구였고, 학교가 5시~6시에 마치면 미술학원으로 뛰어가 입시 그림을 그리는 게 그냥 행복했습니다. '학교에는 내 미래에 비전이 될 만한 게 없을 것이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었지요. 학교에서 배우는 게 비단 대학 입시에 고정된 지식뿐이라 해도 모두 교양이 되고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땐 알 수 없었나 봅니다. 그래도 불행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네요!
미대 입시를 하면서 큰 이슈가 있긴 했습니다. 첫 시험을 치를 때 소묘 종이에 까만 부분을 너무 세게 누르던 나머지 도화지가 뚫려버렸던 건데요. 그 순간에 너무 당황하여 컬러링을 제대로 하지 못해 그 대학을 쉽게 떨어져 버리고 말았답니다. 이 영향으로 나머지 시험도 제대로 치르지 못해 재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재수하며 수시 합격을 한 **대에 가게 되었어요. 주변과 미술학원 원장님께 상담받은 결과 "이 대학은 네가 하고 싶은 게임 위주의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 학원 출신 선배들도 업계에 많이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다."는 말씀을 믿고 간 것이었어요. 그러나 학교를 입학하고 보니 원장님 말만 듣고 간 게 잘못이었어요. 게임 쪽으로는 배울 것이 없는 영상디자인과였습니다. 광고디자인 쪽으로 잘 알려주는 곳이었어요. 그 학교가 잘못된 것은 아니고 제가 잘못 간 것이었죠. 그래서 입시 전에 어디에 갈지 고민하는 학생들께는 그런 말을 자주 해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낸 상태면 제일 좋고, 보통은 아직 그러지 못한 분들이 있으니 적어도 지망하는 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알아낸 후에 후회 없이 갔으면 좋다고'고요! 저는 자퇴했거든요! 자퇴 이후에는 프리랜싱을 하며 살려고 했지만, 부모님의 권유도 있고 제 생각에도 미래 해외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대학 학위가 필요하니 이번에는 과를 잘 맞추어 갔습니다만, 사실 이 과정들이 다 있고 난 후에 간 게임전문학교도 제가 하고자 하는 게임 아트 공부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학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 보이지만 모두 제 경험이고, 제 경우는 독학을 안 하고 싶어도 하게 된 케이스겠네요. 결국 학업에 관해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적어도 게임 아트에 관심이 있는 경우는) 요즘같이 매체가 발달한 세상에서는 자신이 그 분야에 얼마나 관심 있게 찾아 나가는 지가 이미 수립되어 고착화된 학교 시스템보다 훨씬 다양하게 자기 색깔을 알아나가기 쉽다는 것이고, 또 더 많은 아티스트와 소통하면서 정보를 직접적으로 골라 공부하는 게 훨씬 더 가치 있는 판단이라 생각합니다.
박준성님의 작업 League of Legends the Orchestra art SharePinTweetShare
Q.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밟아오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그 중 어떤 활동이 지금의 나에게 도움이 되어 꿈을 이루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2019년에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의 연락으로 모바일월페이퍼(휴대폰 배경화면용 그림)를 작업하게 된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 일이 제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보았죠. 라이엇 게임즈의 일은 당시 제가 리그오브레전드에 관심을 갖게 된 상황이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비록 본사의 일은 아니라 아트 쪽으로는 만족스러운 디렉팅이 없을 것을 알았지만, 커리어에 도움이 될 한 줄 한 줄을 생각하며 열심히 작업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이런 아티스트가 있다는 것을 여러 플랫폼에 조금씩 알리게 되는 시작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해부터 크게 성장해왔어요.
Q.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업무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업무 방식이나 팀 역할이 어떻게 나뉘어 작업을 하는지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팀작업으로 작업을 하는 회사 업무의 경우 한 아트에 대해서 누군가 스케치를 맡고, 누군가는 컬러, 누군가는 렌더링을 맡기도 하구요. 혹은 모두 한 사람에게 배정되어 작업을 하다 도움이 필요하면 중간에 공동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 방법은 다양합니다. 팀내의 소통은 각 회사마다 저마다의 연락망 메신저 내에서 수많은 채널로 나뉘어져 효율적인 업무를 합니다.
개인 작업, 예컨대 프리랜싱으로 단독 외주를 할 경우에는 다소 비효율적으로 실시간 소통이 아닌 작업을 하게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회사에서 팀으로 작업을 하는 것보다는 효율은 떨어지겠습니다. 하지만 개인 외주 작업도 AD(아트 디렉터)와 피드백 소통이 있으니 본인의 소통 방식에 따라 개인 프리랜싱이나 팀작업 중 맞는 방향으로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Q.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며 그 자질을 키우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일러스트만 하더라도 장르는 여러 가지가 있지요, 동화처럼 교육용 일러스트도 있고, 웹소설의 표지 일러스트도 있고요, 제 장르처럼 게임의 포스터를 장식하거나, 한 캐릭터의 장면을 그리는 일러스트 등 다양합니다. 어느 장르가 되었든 중요한 것은 그걸 보게 될 독자가 이게 어떤 장면인지, 어떤 캐릭터인지 작가가 무엇을 녹여내고 싶었던 건지 알 수 있게 그리는 것입니다. 적어도 상업그림이라면요! 개인작을 그린다면 자유이지만 상업그림으로 대중에게 이 작품을 통해 해당 미디어에 공감할 수 있게 어필을 해야 하는 그림이라면 저희가 글로 설명을 하지 않을 뿐이지 그림으로 나타내는 설명인 것이라고 항상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경우에는 특히나 스토리텔링을 더 신경 쓰는 편입니다. 그림으로 설명을 하고 같이 공감하고 찾아나가는 즐거움을 드리고 싶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는 일러스트에서 스토리텔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박준성 님이 그림을 계속해서 그릴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며 그림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마음가짐은 무엇인가요?
그림을 계속하게 해준 원동력은 부모님과 학창시절 친구들, 주변 지인들, 그리고 제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께서는 제가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에 장려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솔직히 아주 어릴 때는 출중한 실력을 보이기 어렵습니다. 알아보기 힘든 그림을 그릴 때도 많고요, 그래도 부모님께서 예쁘게 봐주시고 칭찬도 많이 해주시니 자연스레 흥미가 붙었어요. 지역이나 기업에서 주최하는 그림대회에는 빠짐 없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갔었어요. 최우수나 대상 같은 큰 상은 타 본적이 없지만 입선, 특선 같은 상은 항상 받았는데, 거의 70개는 되더라고요! 학교에서 받을 때마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감도 생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바다나 산 소풍, 계곡 등을 자주 가족과 놀러 다녔어요. 이때마다 동식물을 관찰하고 그려보는 걸 너무 즐기고 좋아했던지라, 묘사력이나 관찰력이 향상되었습니다. 부모님 덕이지요! 친구들도 언제나 제가 못나게 그려도 좋아해주고 그 그림을 계속 갖고 있어주며 칭찬해주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응원이 되었죠. 이런 부분은 현재까지도 주변분들께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박준성님의 개인작 Spirit Blossom Katarina : Sinister Blossom
Q. 현재 Kudos productions에서 근무하고 계시고, 이전에는 NetEase에서 근무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경로를 통해 해외취업을 하게 되었는지, 해외취업에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또 장단점 등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해외 취업을 위해서는 영어가 필요하지요. 회사에서 한국인이 통역해주지 않는 이상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번역기를 이용해 근무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유창한 회화가 가능하면 더 좋겠지만, 발음이나 문법이 제대로 안 지켜지더라도 어느 정도 듣고 이해한 것을 대답할 수 있는 능력만 되면 문제없습니다.
해외 근무의 장점으로는 업무 외적으로도 그 나라의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도 있고, 팀의 방향성이나 가치관에 따라 프로젝트도 다양하게 경험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지 근무로 생활하다보면 해외문화 경험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견문이 넓어질 것입니다. 저는 비록 취업비자 발급 문제로 한국에서 근무하며 그 경험을 할 수 없었지만, 가능하다면 그런 경험도 좋겠습니다. 반면에 단점으로는 국내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을 뒤로하고 휴가 스케줄이 잘 맞아야 볼 수 있거나, 비용 문제로라도 자주 출·입국 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각오하고 결정해야 하는 일입니다. 해외에서의 생활은 모르는 것들로부터의 시작일 것이니 그 부분 역시 용기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물론, 이조차도 본인이 직접 경험해보지 않는 이상 어떻게 받아들일 진 아무도 모르는 일이겠네요!
Q. 가장 최근에 별 수호자 렐 스플레쉬 아트 작업에 참여하셨는데요. 이전 자신이 작업한 그림들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게임화면에 나왔을 때 그 느낌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공개 아트를 작업할 당시에는 “매번 더욱더 다져진 아쉬움 없는 아트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립니다. 공들여 작업한 만큼 플레이어들에게 ‘소환사의 협곡’을 들어가기 전 로딩 화면에서 잠깐이나마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저도 행복합니다. 그런 아트를 제가 만들게 될 날이 올 줄도 몰랐고, 막상 제가 게임을 할 때 제 작업이 나오면 얼떨떨하더라고요.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작업한 챔피언 스킨을 저는 다 삽니다. 기념이랄까요!
박준성님의 작업 Star Guardian Rell splash art
Q.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은 장르가 다양합니다. 본인들의 색깔에 맞는 방향으로 가는 게 좋습니다. 그걸 알기까지는 다년간의 시간 투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 시간이 길게 느껴져도 다양한 장르에 최대한의 노력을 하며 타협하지 않고 자신과 맞는 것을 찾아내는 긴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겉핥기로 하고 싶은 일을 건드리면 더 많은 시간이 흘러가 버리겠죠.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본인이 좋아하거나 잘 그린다고 생각하는 분들의 과거 그림을 포트폴리오 사이트나 그분의 개인 SNS 끝자락까지 가서 찾아보세요. 그분들이 애초부터 프로였다는 생각은 없어질 것입니다.
Q. 저와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많은 독자분들에게 박준성 님이 과거의 본인에게 말하는 것처럼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해주세요!
아쉽게도 한국에는 제 무기인 스토리텔링이 들어가고 다이나믹한 연출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다루는 업무가 게임회사 내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내 게임 문화는 대중에 널리 알려진 MMORPG7) 쪽이기 때문에 당장 게임 구현을 위한 작업수요가 많지, 롤만큼 2D아트에 투자할 계획은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간혹 게임을 홍보할 목적으로 포스터 아트 정도를 외주로 맡길 정도이지요! 때문에 냉정히 말씀드리면 저와 같은 분야의 게임 일러스트가 목표이신 분들은 언어적으로나, 포트폴리오도 목표하는 게임의 스타일을 공부해 놓으셔야 나중을 대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일러스트레이터를 희망하시는 분들 또는 그냥 관심만 있는 분들 모두 여러 가지 분야를 찔러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다양한 분야를 도전해보면 분명 어딘가 나와 맞는 직업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의외로 알고 보니 내가 계산에 능하더라, 난 사회의 흐름에 항상 관심이 많았다. 또 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읽고 해결책을 잘 내놓는다. 등등 많은 경우를 열어놓은 채로 젊은 에너지를 쏟아보세요~! 물론 저처럼 확신과 약간의 도박을 갖고, 한 분야만 파는 것도 잘되면 좋은 일이지요. 안될 시에는 본인의 책임이 막중한 것이구요.
7) 대규모 멀티 플레이어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
인터뷰 이후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빛을 내뿜으며 나아가고 있는 박준성 님도 과거 여러 좌절의 연속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긴 시간 노력 끝에 지금의 성과를 내셨다. 나 역시도 여기서 그만 헤매고 확신을 가지고 도전해야겠다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나의 꿈의 열정의 재점화가 일어나는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