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고민에 대해 멘토, 동료, 판돌과 만나 함께 고민하고 시도하는 프로그램 <내일 진로상담소>에는 '러닝크루'라 불리는 청소년 기획단이 있습니다. 내일의 내 일을 상상하며 진로상담소를 만들어 가는 기획단이지요. 올해 함께하고 있는 4명의 러닝크루가 '청소년을 위한 공간(각자의 거주지와 가까운)'을 소개합니다.
경기도 남쪽에 위치한 수원시는 인구수 약 118만 5,044만명의 대도시이며 그중 26%는 청소년이랍니다. 수원시에는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간들이 존재하지만 ‘환경과 관련된 공간’이라는 큰 틀이 생기면 ‘어디를 가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비건 식사를 할 수 있다거나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하나하나 찾기 어려운 느낌도 있고요. 그렇지만 수원에도 환경을 생각하는 멋진 공간들이 많답니다!
환경과 관련된 공간에 가려면 무조건 서울에 가야 한다? 경기도 청소년들도 충분히 환경을 지키며 놀 수 있다고요! 지금부터 지구를 사랑하는 수원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은 어디 있는지, 그 공간에서는 어떤 일들을 하는지 자세하게 소개해드릴게요. (환경과 관련된 진로를 꿈꾸는 청소년이라면 조금 더 흥미롭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네요.)
3)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일회용품들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그림들이 모앤더비 곳곳에 붙어있다.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공간인 모앤더비는 모녀가 함께 운영하는 비건 디저트, 제로웨이스트 카페입니다. 모든 디저트는 비건이고 음료에도 비건으로 선택해 마실 수 있어요. (논비건, 비건으로 선택할 수 없는 음료도 일부 있어요.)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한으로 하며 텀블러와 다회용기 지참시 할인 이벤트는 물론 가족이 방문해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쿠키를 하나 더 증정하는 귀여운 이벤트도 진행 중이랍니다. 환경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가족, 연인,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공부하기 안성맞춤이죠. 이렇게 따뜻한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건강하고 맛있는 디저트, 그리고 친절한 사장님이 반겨주시는 공간인 모앤더비의 사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1. 카페 그리고 모앤더비
Q: [소개] ‘모앤더비’라는 공간을 한 마디로 소개한다면?
부모님(가족)과 함께 오고 싶은 편안한 공간으로 소개하고 싶어요. 제가 어머니와 함께 가게를 운영 중인데 모녀를 포함한 정말 많은 가족분들이 방문을 해주세요.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건강한 디저트도 먹는 데이트 코스 같은 분위기인 것 같아요. (웃음) 그래서 모앤더비는 가족 같은,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일] 카페를 운영을 하며 가장 인상에 남았던 순간(좋았던 순간,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모앤더비 오픈 초에 한 모녀 손님이 방문해주신 적이 있으세요. 따님이 5살 정도로 어린 나이었는데 알러지 때문에 닭알을 못 드셔서 태어나서 한 번도 생일 케이크를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비건 디저트를 거의 접해본 적도 없고 있다고 해도 혹여라도 다른 것들이 첨가되거나 알러지 반응이 올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고 해요. 그때 마침 11월 말이라 케이크도 함께 만들어 판매했었거든요. 어머니께서 따님 생일 케이크를 주문하셨는데 모앤더비에서 처음으로 케이크를 주문해주신 손님이셨어요. 또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주문해주신 게 아니라 따님분의 첫 생일 케이크니까 좋은 마음으로 돈을 받지 않고 케이크를 드렸거든요. 케이크 너무 잘 먹었다고, 덕분에 생일 파티 너무 즐겁게 했다고 사진과 함께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그 후로 며칠 안 지나서 두 분이 다시 방문을 해주셨어요. 혹시 가게 벽에 붙은 그림 보이시나요?
출처) 모앤더비 인스타그램
따님분께서 케이크 너무 고맙다고 저 그림을 그려서 선물해주시더라고요. 이제는 모앤더비의 단골 손님이 되셨어요.(웃음) 처음에는 수줍어했는데 이제는 이모~ 하면서 말도 먼저 걸어주더라고요.
손님을 만나며 크게 힘들었던 적은 없는데 상가를 구하거나 매달 월세를 내는 것들이 조금 힘들지 않았나 싶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디저트를 만드는 일이 즐거우니까 힘든 일이 생겨도 행복함이 있어 버틸 수 있었던 거 같고요. 제 주변에도 카페 창업을 꿈꾸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는데 카페 창업하시기 전에 이런 현실적인 부분도 꼭 고민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Q: [일] 환경 이슈에 관심 많은 청소년이 ‘모앤더비’를 찾아온 적이 있나요? 환경에 관심이 크게 없는 청소년이어도 청소년 손님 중 인상 깊었던 일화가 있다면 간단하게 공유 부탁드립니다!
기억에 남는 일화는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 일화부터 말씀드릴게요. 모앤더비를 자주 방문해주시는 남학생 단골 손님이 한 분 계세요. 저희 카페는 개인 용기 지참 시 할인을 해드리고 있는데 용기 할인을 하는지도 모르시고 첫 방문부터 개인 용기를 가지고 오셨어요. 제가 궁금해서 막 이것저것 여쭤봤어요.(웃음) 비건은 언제부터 시작하신 건지, 개인용기는 언제부터 들고 다니신 건지 같은 질문이요. 비건을 시작한지 2년 정도 되었고 원래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고 직접 실천해보고 싶었다고 말씀 하시더라고요. 어디 갈 때마다 무조건 개인 용기를 들고 다니고 그게 뿌듯하다고 하셨어요. 개인 용기를 내면 가게 주인분들이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니까요. 저 같은 경우에도 손님분들이 개인 용기 지참해오시면 박수를 엄청 치고는 하거든요. 대단하다, 멋있으시다 같은 말들도 하고요.(웃음) 또 스스로 환경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어 좋다는 말을 해주셔서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또 기억에 남는 일화는 제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단체 클래스를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사전에 개인 용기를 지참해달라는 미션(?)을 줬었는데 절반은 가져오고 절반은 가져오지 않았더라고요. 개인 용기가 없으면 디저트를 포장할 때 디저트 개별로 하나씩 포장하고 또 더 큰 상자에 넣는 포장을 해야 하거든요, 제가 디저트를 포장하는 모습을 보고 모든 청소년 친구들이 ‘이래서 개인 용기를 가져오라고 하셨던 거구나.’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디저트를 포장할 때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걸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낀 것 같아요. 개인 용기에 넣으면 쿠키 모양이 조금 찌그러질 수도 있지만 쿠키 모양이 예쁜 것보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포장하는 게 더 좋구나 하고요. 실제로 그런 말을 듣기도 했고요.
2. 제로웨이스트 그리고 모앤더비
Q: [왜, 어떤 이유로] 비건&제로웨이스트 카페인 모앤더비를 운영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수원 정자동에 ‘낯설여관’이라는 장소가 있어요. 책방 겸 제로웨이스트샵인데 그 가게를 친언니가 운영하거든요. 그런 언니의 영향으로 평소에도 제로웨이스트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디저트를 만드는 건 5년에서 6년 정도 취미로 했었어요. 너무 재밌어서 취미로만 남기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디저트 카페 창업을 계획하게 됐죠. 저희 어머니께서 디저트를 정말 좋아하시는데 몸이 안 좋아지신 적이 있었어요. 그때 이왕 드실 거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디저트를 드셨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비건 디저트 카페를 창업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그리고 제가 만난 비건을 지향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제로웨이스트에도 관심에 많으시더라고요. 그래서 건강과 환경을 지키고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비건 디저트, 제로웨이스트 카페인 모앤더비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카페에 방문해주시는 손님분들이 모두 따뜻하신 게 가장 큰 장점 같아요. 환경이나 건강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 주로 찾아주셔서 그런지 손님들 덕분에 분위기가 더 포근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모앤더비는 개인용기 지참 시 1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할인을 받기 위해 개인용기를 가져오신 손님분들 중 개인용기를 들고 다니는 게 습관이 되신 분들도 종종 계시더라고요, 손님분들이 오셔서 다른 곳에서도 개인용기를 내고 포장을 받는다는 말씀을 해주시면 정말 뿌듯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이런 점이 비건&제로웨이스트 카페인 모앤더비의 장점인 것 같아요.
3. 진로 그리고 모앤더비
Q: [진로] 사장님은 청소년 시절 자신의 진로에 대해 어떤 고민/생각들을 가지고 계셨나요? 청소년 시절에 꿈꿨던 진로와 현재 직업이 일치 하신가요?
청소년 시절에 꿈꿨던 진로와 현재 직업은 일치하지 않아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베이킹은 원래 취미였고 다른 진로를 꿈꿨었어요. 청소년 시절에는 무조건 이 진로를 가야겠다,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관련된 학과도 졸업했고요. 그렇지만 청소년 때 희망했던 직업을 가지지는 못했어요. 음... 저는 플랜 B를 짜뒀던 거 같아요. 하고 싶은 직업이 있어도 그거랑은 별개로 다른 취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시작한 게 디저트 만드는 일이었어요. 원래 희망했던 진로, 직업을 갖는 과정에서 힘든 순간이 생기면 취미인 디저트 만들기로 스트레스를 해소했죠. 저는 그렇게 청소년 시기를 버텨왔던 것 같아요. 그게 지금 카페 창업 계기가 된 것 같고요.
Q: [창업, 조언] 카페 창업, 환경에 관련된 진로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조언 부탁드립니다!
카페 창업을 꿈꾸시는 청소년분들에게는 기본적인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생각보다 카페를 창업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대학생분이 조언을 얻으려고 찾아오시기도 하고 모녀가 함께 상담을 하러 오시기도 하고요. 카페를 운영하려면 그에 맞는 기본적인 지식과 내용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음을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어떤 스타일의 카페를 창업할지도 정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비건 디저트 카페를 창업할지 케이크 전문점을 할지 같은 거요. 그걸 정하고 꾸준히 노력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환경에 관련된 진로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는 저는 청소년 때 기사나 환경에 대해 접할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왜 이제야 관심을 가진 걸까 후회스럽기도 하고요. 요즘에는 청소년 중 비건과 제로웨이스트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비교적 환경에 대해 접할 기회가 늘어난 것 같아요. 맞나요?(웃음) 예전에는 개인 용기를 들고 다니는 걸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도 많았거든요. 플라스틱 쓰면 되는데 왜 그리 유난이냐 하면서요. 그렇지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에요. 그러니 환경에 관심이 있고 실천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주눅 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하고 있는 실천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주변에서도 분명 당연하게 생각하는 순간이 올 거예요. 그리고 많이 돌아다녀봤으면 좋겠어요. 비건 디저트 카페, 비건 식당, 제로웨이스트샵 같은 환경 관련 공간들에요!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사장님의 선물
모든 인터뷰가 끝나고 가게를 나가려고 하는데 사장님께서 저를 (엄청 다급하게) 부르시더니 모앤더비의 디저트를 선물해주셨어요.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해 다회용기를 지참하지 못 했어요...)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더 많은 청소년들이 모앤더비를 찾아주면 좋겠다는 다정한 말씀과 함께요. 이외의 모앤더비의 이야기들은 인스타그램(@moanda_ve)에서 더 많이 만나볼 수 있어요. 최근에는 택배 서비스도 오픈하셨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 부탁드려요!
그린: 환경과 관련된 진로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조금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들을 찾고 방문하며 스스로도 많이 배우고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매핑으로 만나볼 다른 공간들도 열심히 소개할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