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하자마을에서 가장 큰 행사인 ‘제6회 서울청소년창의서밋’이 치러진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지만, 사흘 동안 많은 이들이 모여 얼굴을 익히고, 의견을 나누고, 또 만나기를 약속하며 발산한 열기는 아직도 생생합니다. 재난사회, 위기사회를 맞은 청소년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다시금 배움과 희망을 이야기해 보았던 서밋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하자센터 학교운영팀은 9월 17일부터 11월 12일까지 총 5회에 걸쳐 자공공아카데미 3기 ‘지속가능한 삶의 인문학’을 진행 중입니다. 수요일 오후에 열리는 자공공 아카데미는 위험사회, (동아시아 경제) 기적 이후의 사회, 재난 이후 사회라 불리는 후기/탈근대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인식론적 전망과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장입니다. 동시에 기본적인 일머리와 관계맺기, 긴 호흡으로 표류하지 않고 장기지속적 삶을 살아낼 기획능력을 키워가고자 합니다. 개개인이 스스로 커리어와 생애코스를 짜보고 관련 영역에서 세계를 구하는 작은 프로젝트를 실행해보는 것이죠. ‘공공재 the commons’의 회복, 장인, 협동, 그린job, 도시에 주목할 것이며 준거집단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일에 집중해 봅니다. 자신이 원하는 작업을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평생지기 동료들을 만나고, 다양성의 존중과 조직화능력, 관찰을 통한 학습과 공감능력 그리고 실제 삶의 현장에서 유연성과 융통성 있게 일을 해내는 일머리를 키워가는 것이 목적입니다.
9월 17일 1강은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위기와 기회의 경계에서’라는 제목으로 김정후 박사(런던대학 UCL 지리학과)가 열어 주셨고 9월 24일 2강은 이현정 교수(서울대 인류학과)가 ‘4.16 세월호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재난과 치유사회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10월 8일엔 조문영 교수(연세대 문화인류학과)의 ‘청년 세대의 가치지향성 그리고 지속가능한 삶과 사유에 대하여’, 10월 29일에는 이태동 교수(연세대 정치외교학과)의 ‘지속가능한 삶을 만들어가는 녹색 일자리’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날인 11월 12일에는 황윤옥 서울시 교육청 참여•소통 기획관이 ‘지속가능한 교육: 마을과 학교가 함께 키우는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하며, 이후 조별 및 패널 토론, 질의응답 등이 이어집니다.
하자작업장학교는 9월 30일부터 10월 21일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서울형 적정기술쟁점 연속토론회’를 개최해 호응을 얻었습니다. 제 4섹터의 창의적 공공작업자로 성장해갈 청소년들의 비인가 대안학교인 하자작업장학교는 2013년 신설된 청년과정 청년들을 중심으로 도시농업과 적정기술(목공, 철공, 난로제작 등)의 기초수업을 진행한 첫 해를 시작으로 2014년에는 적정기술 집짓기 프로젝트 ‘살림집’을 진행 중입니다. 일반인들을 위한 적정기술 워크숍도 자주 열고 있고요. 이번 토론회는 ‘원전 하나 줄이기’ 캠페인 등을 통해 세계 다른 도시와는 달리 에너지 소비량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적정기술과 에너지생활기술을 접목한 여러 창의적 실험이 마을과 학교, 시장과 공방 등에서 일어나는 등 긍정적인 성취를 거두고 있는 서울이 더 나아갈 수 있도록 4가지 쟁점을 두고 토론하며 의견을 모으는 장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4가지 쟁점은 ‘왜 에너지 생활기술인가?’ ‘에너지생활기술을 어떻게 배우면 좋을까?’ ‘집단지성이 키워낸 에너지생활기술의 권리와 가치는 어떤 것일까?’ ‘서울은 어떤 에너지자립마을들의 도시가 될 수 있을까’였습니다.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사흘간은 하자센터와 삶을 위한 교사대학, 대안교육연대 공동주최로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자유중등학교) 교사들을 초청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이 세미나는 9월초 '삶을 위한 교사대학'(교사대학)에서 먼저 제안을 주셔서 마련된 자리입니다. 전국 대안교육 현장의 교사들은 물론 교수, 연구진 등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인 ‘삶을 위한 교사대학’은 대안학교 교사 양성 및 재교육을 위한 대안사회교육대학원 설립을 준비 중입니다. 대안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대안학교 교사나 교육활동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대안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더불어 자신을 성찰하는 교육과정을 제공하려는 목적이라고 합니다. 현직 교사 및 활동가들을 위한 재교육 과정도 꾸준히 기획, 진행하고 있고요.
이번 세미나는 에프터스콜레(Efterskole, 1851년부터 현재까지 160여 년 동안 단절의 역사 없이 발전을 거듭해온 덴마크의 자유중등학교인 ‘에프터스콜레’를 통해 우리 교육현장과의 접점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습니다. 에프터스콜레는 초등교육과정(1~10학년으로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1학년까지를 포괄하는 과정)을 마치기 전, 14~18세 청소년들이 1년 동안(혹은 경우에 따라 2~3년까지 가능), 일반교육을 기본 토대로 하되 자신의 개성을 존중받으며 인생행로를 탐색하고 심화시키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인생)학교라고 합니다.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중점학교’라 할 수 있는데, 외국어, 음악, 미술/디자인, 연극, 영화, 스포츠, 항해, 여행, 국제교류, 종교, 프로젝트와 현장연구, 난독증 등 학습장애, 혹은 학생의 특수한 요구를 위한 학교 등 그 유형도 다양하다고 합니다. 이번 세미나에는 대표적인 에프터스콜레 세 곳에서 각각 한 분의 교사가 오셔서 3일간의 일정을 함께했습니다. Rejsby European Efterskole의 Alex Mason 교사(영어, 마케팅, 디자인), Ryslinge Efterskole의 Jens Poulsen 교사, 그리고 Samsø Efterskole의 Lasse Ovesen 교장입니다.
유료인데다 주말에 진행되는 세미나라 처음에 30명 정도의 참여인원을 예상했으나 신청을 받고 보니 대안교육, 공교육현장 두루 100여명의 교사 및 활동가가 신청해 실무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3일 내내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기도 했고요. 좀 더 자세한 소식, 그리고 후속 모임 등의 정보는 ‘삶을 위한 교사대학’ 카페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