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마을 안에서 청소년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지난 9월 21일,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하는 170여명의 사람들이 한 자리(하자센터)에 모였습니다. 2013년 진행될 제5차 청소년정책 기본계획안에 대한 정책 발제에 이어 서울 곳곳 커뮤니티에서 청소년들과 함께한 사례들이 공유되었습니다. 특히 ‘마을 만들기’가 주요 아젠다인 서울시에서 향후 5년간 청소년 정책의 기조가 될 5차 계획안의 초점이 ‘지역사회 기반’에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이야기였습니다.
❚기획의도 : 정책토론회에서 왜 스토리텔링식 발표를?
‘시대는 정책을 낳고, 정책은 한 개인의 삶을 지배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책이 큰 프레임이라고 한다면, 이것이 실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현장의 삶입니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자면, 조사와 수치화 등을 통한 정책의 구조화는 프레임일 뿐 실제 현장에서 역동적으로 일어나는 실천 내용 자체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 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현장에서 기존의 사회적 맥락 가운데 현실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착오와 실제 삶의 변화를 겪은 사례는 큰 정책 비전의 방향과 구체적 실행안을 고민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토론회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일상적인 청소년의 삶의 구조와 과정을 들여다보며 고민할 수 있도록 현장 사례의 스토리를 공유하며 정책 제언을 하도록 기획하였습니다.
무엇보다 발제 현장 선정에 있어서 제5차 계획안에서 각 부처와 사회주체들의 연계사업이 중요하다는 방향 설정과 같이, 청소년 관련 논의의 중심이 되어 온 ‘청소년학’ 등의 학제와 ‘청소년시설’이라는 기존 구조 외에도 청소년을 만나는 사회내 다양한 영역 주체들과의 소통과 논의 구조를 확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커뮤니티(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정책을 추진할 때는 개별 프로그램이나 시설 지원을 넘어서는 통합적 지원이 필수적일 것이며, 정책 단위에서만 가능한 지원 방안들이 커뮤니티 내 다양한 주체들의 소통을 통해 도출되어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정책 분야와 과제별로 다양한 현장을 선정하고 스토리를 공유하여, 토론회에 참석하신 분들이 또 다른 관점에서 청소년정책을 보며 상상해보는 단초를 마련하고자 하였습니다.
❚진행 스케치
평일 아침 10시라는, 참석이 어려운 시각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자리해주셨습니다. 청소년들의 공연, 여성가족부 김태석 차관과 서울시 김형주 정무부시장의 여는 말과 격려사로 시작된 1부는 발제를 중심으로, 현장 스토리 공유와 정책 제언이 있었습니다.
∎기조발제_ ‘제5차 청소년정책 기본계획안’에 대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김기헌 기획조정본부장이 전반적인 개요 및 사회맥락과 청소년에 대한 분석, 4차 정책과의 차별점 등을 설명하였습니다. 5차 계획안은 사회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범부처적인 연계를 강조합니다. 또한 문제 중심이 아닌 모든 청소년을 대상으로, 개인 역량을 넘어 자립까지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특징을 가집니다.
∎현장발제 1_
<지역연계 청소년 문화활동 경험을 통해, 청소년활동 활성화를 위한 핵심요소를 이야기하다>
:심한기 대표는 20년간 강북 지역에서 청소년지역축제, 문화기획자 양성 등 청소년 문화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 청소년의 일상을 기반으로 한 청소년 지역문화공동체를 만들고 있는 품의 스토리를 소개하고, 청소년이 프로그램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문화를 통해 오히려 마을을 성장시키는 주체가 되도록 하는 지원 방안을 제안하였습니다. 특히, 기존 청소년활동에서 풍물, 밴드 등 특정 장르별, 또는 봉사, 리더십, 진로 등 범주별로만 나눠 지원하거나 청소년 또래만 참여하는 프로그램만 지원하는 것, 또 이미 정해진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 등 다양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청소년활동은 청소년의 ‘삶’에 대한 것이며, 이는 다양한 장르와 주제가 통합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품은 청소년이 좋아하는 활동으로 시작하여 지역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활동을 만드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축제기획단으로 문화활동을 하는 가운데 자신의 삶과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인문학적 사유를 시도했고, 대학을 가지 않고 마을 안에서의 배움을 선택한 후 지금 마을의 청년이 되어 후배들을 지지하고 성인세대와 청소년세대를 연결하는 매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사례를 공유하면서 심한기 대표는 지역 안에서 통합적이고 일상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업모델 발굴 및 개발, 마을형 지역사회 청소년센터 설치 운영 등을 제안하였습니다.
또한 근본적으로 청소년과 문화가 청소년들의 여가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일상의 삶과 연결되는 정책으로 인식되어야 하며 이는 청소년들이 사는 마을 안에서 시도되고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현장발제 2_
<탈학교 비활동 청소년의 사회복귀활동 사례를 통해 정서적위기 청소년에 대한 지원방안을 이야기하다>
:이충한 공동대표가 일하고 있는 (주)유유자적살롱은 대중음악분야 사회적기업으로서 학교교육, 직업훈련 등 주요 사회 교육서비스로부터 고립된 탈학교 비활동(NEET) 청소년을 대상으로 밴드음악 교육을 통한 사회복귀 프로그램 ‘집밖에서유유자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충한 대표는 정책에서 NEET - Not in Education, Employment, Training - 로 표현되는 청소년에 대해, 탈학교 상태로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청소년이라는 의미와 함께, 사회적 관계망이 없는 채로 부유하고 있는 ‘무중력 청소년’으로 설명했습니다. 은둔 부적응 잠재군 비율은 9.4%에 이르며 정서-관계와 상호작용-행위의지가 부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 상담으로는 회복과 사회적 복귀가 이뤄지기 힘들며, 상태에 따라 단계적 회복이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충한 공동대표는 ‘집밖에서유유자적’ 프로젝트를 통해 커뮤니티와 신뢰 등 적절한 중력을 통해 이 청소년들이 변화되는 과정을 소개하고, 다음과 같은 정책 제언을 했습니다. 우선은 적확한 실태조사 지원이 필요하며, 정서적 파트에서 보건복지부, 일에 대해 고용노동부, 사회적 고립에 대해 여성가족부 등 부서간 통합 지원의 필요성을 제안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청소년들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로서 ‘Out reach’형 방문 상담, 학습과 일의 통합 관리 프로그램, 마을 안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공용 공간’ 등을 제안하였습니다.
∎현장발제 3_
<후기청소년의 창업프로젝트 사례를 통해, 청소년 자립을 위한 현실적 지원방안을 이야기하다>
:최근 심각한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와 더불어, 후기 청소년(19~24세)에 대한 사회적 지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경쟁사회에서 소위 ‘스펙 없는’ 후기 청소년의 사회적 자립에 대한 대안으로 다양한 창업 지원이 논의 중입니다. 프로그램, 예산 지원 등 많은 정책 차원의 논의에 대해 이미 돌봄이 필요한 후기 청소년들과 창업을 시도, 실행 중인 박진숙 대표가 세번째 발표를 했습니다. 그가 들려준 현장 스토리는 마포 성미산마을에서 운영 중인 ‘소풍가는 고양이’라는 도시락 가게입니다. 2010년 하자센터에서 시작한 ‘연금술사 프로젝트’의 연장으로서 스펙 없는 청소년들이 당당히 자기 앞가림을 하며 이웃과 함께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창업을 했습니다. 지역사회-마을이라는 관계와 공간 없이 곧바로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했다면 창업 주체가 청소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출 수 없었을 것이라는 창업 과정 회고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박진숙 대표는 향후 정책들이 예산이나 단기 프로그램 지원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마을 단위에서 청소년 협동조합, 마을기업에서의 인턴십, 대안대학,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주택 등 청소년의 지속가능한 삶을 고려한 연계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제안했습니다.
∎현장발제 4_
<마을에서 공동으로 만드는 교육경험을 통해, 청소년을 위한 환경 조성의 핵심방향을 이야기하다>
: 정책은 ‘청소년 친화적 공간’ 지표를 만들고 안전과 보호를 강조하며 기존 청소년 시설들을 커뮤니티센터로 만드는 방법을 주로 제안합니다. 이에 ‘아름다운마을공동체’ 주민이자 ‘강북마을모임’의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는 김준열은 청소년의 생활과 교육이 일상 속에서 통합적으로 이루지게 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그의 현장은 1991년 강북 수유에서 공동육아로 출발한 도시 내 마을로서, 유아와 초등과정은 마을 내에서, 중등과정은 홍천에서 도농연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관 단위의 개별적 지원이 아니라 마을카페, 서원, 밥집 등을 통해 ‘이모’ ‘삼촌’과 같은 세대간 관계망이 어떻게 아이들이 마을 안에서 성장할 수 있게 했는지 생생한 사례를 전했습니다. 특히 서울의 동 단위보다 작은, 걸어서 5~10분 이내의 생활 권역 커뮤니티 단위 관계망 구축 지원과 청소년이라는 개별적 개체에 관한 접근보다는 부모 커뮤니티 조성을 통한 마을교육의 효과를 기대해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또 청소년센터의 경우 규격화된 기획과 공간 운영이 아니라 청소년이 처음부터 주도하는 내용 기획과 공간 운영, 청소년의 지역 의제 선정 참여 기획 확대, 서울이라는 한계를 넘어 농촌 등과 연계, 도시에 결핍된 생산의 문제와 생명 감수성의 문제를 아울러 고민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언했습니다.
∎1부 마무리에서 김기헌 기획조정본부장은 정책토론회가 이렇게 유쾌하게 진행될 수 있다니 인상적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정책 단위에서 수렴할 만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2부에서는 참여자들이 각자 관심에 따라 신청한 주제의 모둠별로 나뉘어 열띤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 모둠에는 1부 발제자들은 물론 이승훈 공릉청소년정보문화센터장, 전미학 서울시대안교육센터 부장, 여광천 노원청소년자활지원관 팀장, 광진 공동육아 방과후를 진행하는 남소연 여성가족부 사무관이 함께 했습니다.
이 날 모둠별로 진행된 논의에서 공통으로 나온 의견은 정책안의 ‘community based’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통합적 연계를 중심으로 한 관계망 구축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정부 기관의 실질적인 협력 프로세스와 고정관념을 깬 유연한 적용, 현장의 주체와 스토리들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청소년정책 토론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석한 분들이 청소년 당사자, 청소년 활동가, 예술가,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 공무원, 종교인, 교사 등 매우 다양한데다 열의를 가지고 늦은 시간 토론 공유까지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와 같은 연계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소박한 희망을 걸어봅니다.
이번 토론회의 자세한 내용을 정리한 결과자료집은 PDF로 제작하여 온라인으로 공유할 예정입니다. 그 시점에서, 다시 한 번 관심 있는 분들의 만남과 논의 공유를 통해 새로운 시도가 생겨나, 다양한 현장의 실험을 통해 발견한 실마리들이 실처럼 자아져 씨실과 날실처럼 청소년이 행복하게 성장하는 마을의 태피스트리를 만드는 과정으로 연결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