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색분자같은 사람이 좋았다. 적당히 사회성 좋은 사람으로,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큰 문제나 일 없이 내 집에서 밥 잘 먹고 적당히 취미 정도 즐기는 삶을 사는게 나의 꿈이기도 했다. 하자에서 만난 일이란 함께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무엇이든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나는 고졸에 막 20대가 된 어린 여자였다. 게다가 성인이 되었다는 20살 인증은 그나마 의지하고 있던 학생이라는 신분도 떨구어 버려 혼자가 되어진 기분이었다.
내가 꿈꾸던 '평범하지만 행복한 삶'은 생각보다 정해진 길이 뚜렷해 보였고, 나는 취업을 선택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도, 밀린 업무로 부서 전체가 수당도 나오지 않는 야근을 9시까지 할 때도 의지할 곳이 없었다. 매일 사방이 파티션으로 막힌 0.5평 남짓 공간에 내 몸과 컴퓨터, 각종 서류를 구겨 넣은 채 시간과 돈을 아껴보려 집에서 싸온 주먹밥을 입안으로 우겨 넣으며 일하다 하루가 저물어가면 ‘도대체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은 마음에 멍해지곤 했다. 힘든 내색이라도 하면 "이런 게 다 어른이 돼가는 거야." "좀만 더 버텨" "벌써 2년 차인데 열심히 다녀봐." 라는 말들이 나를 회유하려 했고, 배우고 싶었던 일을 배울 기회를 빼앗긴 기분이 들었지만 내가 한 선택이기에 포기하면 실패자, 부적응자로 낙인 찍힐 것 같은 두려움에 혼자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살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 내가 부족한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다음날을 걱정하며 잠이 들고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하루로 내 몰려간다. 퇴사 생각도 해보지만 막막하다.
청소년카페(카페그냥) 운영진
정신 없는 일주일을 보내고 카페에 오면 집과는 다른 포근함을 느낀다. 나이차별, 성차별이 난무하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투명한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내가 몸담고 있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공간을 만난다. 밝고 자유분방한 사람들을 보고있으면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보통의 삶 “에 부합되기위해 아등바등 살아온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직업이 나의 삶이 미치는 영향이라던가, 직업을 정할 때 우선시 해야하는 가치에 대해 더 고민해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가만히 앉아있기도 잠시 익숙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대화한다. 나의 머리로는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모습을 보고 이 공간에 있는 순간만큼은 정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