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과거에도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 진은영 시인의 말을 빌려, 하자의 친구들이 하자에게
2014년 12월 18일, 하자의 생일잔치가 하자 곳곳에서 펼쳐졌습니다. 이번 생일잔치는 하자 15년의 시간을 함께 만들고 기억해 온 사람들이 모여, 과거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며 지나온 일들을 새롭게 배열하고 재해석해 미래의 밑그림을 그려가기 위한 소박한 축제의 자리였습니다. 잔치에 앞서, 하자를 만들어 온 죽돌과 판돌들의 기억을 모아 그동안 하자가 걸어온 발자취를 제대로 짚어보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으면서 스스로의 길을 탐색해온 하자의 역사는 실은 우리 개개인 삶의 일부이기도 했습니다. 그 여정의 일람(一覽)을 통해, 우리가 어떤 맥락 속에서 무엇을 추구하고, 또 고민하며 실험해 왔는지 살펴보고자 했던 것이지요. 보내온 기억들은 이번 생일잔치를 구성하기 위한 소중한 실마리가 되어 주었으며, 하자 곳곳에 전시되어 하자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그려가고자 하는 사람들과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12월 18일 열린 생일잔치는 하자작업장학교 학생들의 아프리카 댄스 오프닝에 이어 하자의 주요한 흐름을 따라 세 개의 이야기 마당으로 구성 되었습니다.
하자 초창기는 영상디자인작업장, 시각디자인작업장, 대중문화작업장, 웹작업장, 시민문화작업장 등 다섯 개의 작업장을 중심으로 문화기획자를 꿈꾸는 많은 청소년이 오가며 전문가와 함께 작업을 통해 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그 치열한 초창기를 함께 한 작업장의 판돌과 죽돌들이 오랜만에 하자를 방문해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며 생일잔치의 시작을 열어 주었지요.
두 번째 이야기는 하자작업장학교의 졸업생들이 들려 주었습니다.
하자에서의 십대 시절을 거쳐 이제는 훌쩍 30대 초반이 되어버린 원, 쏘룡, 세나, 윤동의 이야기들은 말로만 전해듣던 전설(?)의 선배를 대면한 하자작업장학교 학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2009년, 하자는 청소년들의 진로를 고민하며 ‘청소년의 사회적 데뷔를 사회적기업에서’라는 캐치 프레이즈와 함께 본격적으로 사회적기업을 인큐베이팅하기 시작합니다. 총 10개의 예비사회적기업 중 총 7개 기업이 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면서 청년 대상의 문화예술형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모델로 그 성과를 인정받기도 했지요.
마지막은 네트워크학교 학생들의 합창 ‘천 개의 바람이 되어’와 ‘imagine'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떠나간 사람들을 추모하며, 우리가 함께 그려갈 다음 세상에 대한 희망을 함께 노래했습니다.
이 밖에도 이번 생일잔치에는 하자의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하는 많은 분들이 생일 선물까지 안고 오랜만에 하자를 찾아주셨습니다.
지금의 하자는 여러분들의 애정과 수고가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한 분, 한 분. 모두의 이름을 다 적지는 못하지만 하자의 열다섯 번째 생일을 함께해 준, 그리고 따스한 마음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