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글방은 함께 읽고 쓰고 합평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해가는 청소년 글쓰기 커뮤니티입니다. 정규 과정 이후 2개의 후속모임이 진행 중이며 후속모임에서 나온 글 중 일부를 구독자분들과 나눕니다.
6월의 글감은 ’편지’입니다. 저는 글이 잘 안 써질 때 편지 형식으로 글을 쓰곤 하는데요. 누군가에게 줄 편지라 생각하며 글을 쓰면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하고 싶은 말을 더 잘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기도 가끔 편지 형식으로 쓰곤 한답니다. 또 편지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온전히 그리고 솔직하게 전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기도 합니다. ‘편지’라는 주제로 자유롭게 글을 적어주세요. 누군가 나에게 보내주었으면 하는 편지를 상상하며 적어봐도, 누군가에게 전하는 편지를 적어봐도, 일기를 편지 형식으로 적어봐도 좋겠습니다. 어떤 편지이든 환영입니다!
- 하자글방 죽돌 워나
워나에게
안녕하세요, 워나.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못 뵌 지 꽤 오래된 것 같아요. 음... 저는 여기저기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래서 요즘엔 홀로 있는 시간이 소중해진 것 같습니다. 워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채우시나요?
저는 요즘 혼자 있는 시간 대부분을 라디오나 팟캐스트와 함께하고 있어요. 특히 때에 맞춰 듣는 라디오가 중요한 일과입니다. 오전 9시에는 sbs 파워fm의 '아름다운 이 아침 봉태규입니다'를, 오후 6시에는 kbs 클래식fm의 '세상의 모든 음악 전기현입니다'를 틀어둡니다. 보통 외출 준비를 하거나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자전거를 타며 들어요. 자전거를 타고 신호등을 기다리며 빙글빙글 공회전을 할 때, 페달을 밟으며 바람을 가르고 손을 뻗어 나뭇잎을 스칠 때. 이 때는 나만 아는 시간이에요. 부러 누구에게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나만이 간직한 비밀. 이 비밀스러운 시간에 마주친 바람의 냄새, 햇빛의 뜨거운 정도, 땀이 맺히는 구간, 페달을 더 힘껏 밟는 순간, 멈춰 섰을 때 마주친 만개한 꽃 들은 저만 알고 있어요. 이 때만큼은 마음의 어떤 괴로움도 복잡함도 잠시 잊을 수 있답니다. 꼬깃해진 마음을 바람에 씻기고 햇볕에 말려서 주름 한점 없이 펼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워나에게도 이런 비밀스러운 순간이 있나요? 비밀스러운 시간을 혼자서 간직하는 것이 때로는 즐거운 일 같기도 합니다. 깨지지 않게 소중히 다뤄야 하는 무언가를 지닌 사람처럼 움직이게 되니까요. 조용히, 살금살금... 비밀스러운 여자는 신비로워 보이기도 하고요. 여기까지 쓰고보니 사실 쟁점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내게 중요한 것을 비밀스럽게 다루는 것. 다른 이에게 밝혀지는 순간 망가지는 것. 알려지면 오염되는 것. 들키면 깨지는 것. 비밀이란 그런 것이겠죠?
적극적으로 숨기는 비밀이 있다면 누군가 알아차려 주기를 바라게 되는 그런 비밀도 있습니다. 제게는 사랑이 그런 것 같아요. 이 세상에서 사랑은 넘치고 알려도 부끄럽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데 제게는 자꾸만 수치스럽고 그래서 비밀스럽게 간직하게 되는 마음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어색하고 어렵고 데면데면하게 되고 그렇습니다. 헉 이건 제 비밀인데 이렇게 제입으로 공개해버리고 말았네요. 부끄럽기 때문에 누설하는 방식으로 우회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알아차려주길 기다리는 것이지요. 이런 순간에 마음 한 켠에서 들리는 소리... "비겁해!". '비겁'의 '비(卑)'는 '낮다', '낮추다'라는 뜻을 갖고 있네요. '비밀'의 '비(祕)' 역시 '깊다'는 뜻이 있습니다. 낮고 깊은 곳에 자리한 사랑. 낮고 깊은 곳에 꽁꽁 감춰둔 비밀스러운 사랑이 워나에게도 있겠지요? 저는 늘 알아차려 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모른 척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헷갈립니다. 워나는 어떤 쪽인가요? 누군가 알아주길 바란다면 슬쩍 엿보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