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촌식이라니. 스멀스멀 오는 봄처럼 나에게 스믈스물 입촌식이 찾아왔다. 작년 4월 입사 후 처음 맞는 봄. 처음 참여하는 입촌식. 하자에서는 하자 주민과 이웃이 모두 모여 서로가 어떻게 살고 무얼 하고 있는지를 나누며 이야기를 만든다. 이미 하자마을에 예전부터 터를 잡은 오랜 주민들과 올해 처음 하자에 발을 딛는 새로운 주민들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며 입촌식의 막이 열렸다.
나는 로드스꼴라 떠별 그루와 함께 입촌식의 사회를 맡기로 했다. 처음 맞이하는 입촌식인데 사회까지 보다니. 나는 나보다 1년 앞서 입촌식을 경험한 기 경험자 그루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기로 했다. 역시 선배답게 그루는 사회자 대본의 색상을 입촌식의 키컬러인 연두로 맞추자는 제안을 시작으로 공연의 동선과 사회자의 진행 순서, 어떻게 무대 위로 올라가고 내려올지를 꼼꼼히 챙겼다. 내심 전적으로 의지하길 잘했다는 뿌듯함과 더불어 하자의 판돌로써 올해 첫 마을의례 시작을 성공적으로 만들자는 부담이 생기기 시작했다. 잔칫날에 빠질 수 없는 기름 냄새가 입촌식의 시작을 함께하면서, 배부름에 살짝 긴장이 풀렸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분주한 판돌들과 죽돌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자니 내가 왜 입촌식 사회를 제안하는 풍뎅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을까 하는 후회가 조금 생겼다.
입촌식은 각자의 방식대로 내가 어떻게 이 마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리는 시간이다. 로드스꼴라 길별들과 간디학교의 한울은 그들의 음악을 통해, 마을을 열심히 굴리는 판돌들과 그곳을 누비는 죽돌들은 목소리를 통해 모두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쇼케이스에 모두 모여 빼곡하게 머리를 모아 사진을 찍는 것으로 나의 긴장과 두근거림은 마무리되었다. 모두 어쩜 다들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며 저렇게 잘 살고 있을까? 이 좁은 공간에서.
역시 이곳은 봄이 잘 어울린다. 작년 4월 이곳에 왔을 때 앞마당을 가득 채우던 풀들을 기억한다. 거인이 애지중지 키우신 중정 앞 작은 텃밭과 노란 고양이가 보여주는 그 색깔과 향긋한 냄새가 올 해 내가 느낀 입촌식의 키컬러다. 하자는 이야기가 차고 넘치는 곳이다. 평소 무심코 지나는 헛헛한 공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20년간 묵혀진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이 마을에서 맞이하는 스무번째 봄은 잘 묵혀져 그 언젠가 누군가의 입을 통해 다시 기억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