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취업이 전부인 사회에서 그 둘을 하지 않겠다고 하니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일명 백수. 항상 나를 그렇게밖에 소개할 수 없는 건지, 그렇다고 마땅히 떠오르는 말이 없어 그냥 ‘하고 싶은 거 이것저것 하고 있어요’ 라고 대충 얼버무리는 것이 슬펐다. 남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서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지 않은 것도 아닌데 그런 순간들이 야금야금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사실 너도 잘 모르겠는거지? 하고.
사실 작년 내게 가장 필요했던 건 내가 나를 지키는 힘이었다.
며칠 전 인터뷰에서는 당당하게 ‘돈!’이라고 외쳤지만. 조만간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면서 그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내게 필요했던 건 평범하게 살라는 무언의 압박 속에서, 어려서 노력 없이 편한 것만 하려한다는 눈 흘김 사이에서, 그러다 분명 후회한다는 으름장 앞에서 나는 나로 살고 있으니 너무 걱정말라고-매일 밤 스스로 다독이며 내 몸과 마음을 지키고 삶을 지탱하는 힘이 필요했다.
비대학 1년에 대해 에세이를 써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 받았고 나는 사람들이 글을 읽고 희망찬 무언가를 보았으면 했다. 이리저리 좋은 말을 갖다붙이다가 나흘 동안 원고 네 개를 휴지통에 구겨넣었다. 지금의 나는 조금-이라고 쓰고 많이 라고 읽는다-나를 지탱하는 힘을 잃어버렸고 그냥 돈만 벌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둘을 맞바꾼건가. 내가 나를 지키고 있지 못한다는 것이 슬프다. 대학에 갔다고 해서 안 그럴 것 같진 않지만 비대학 청년이어서 더 뭔가 특별하고 더 열심히 살고 더 재미난 일을 할 것만 같다는 눈으로 나를 구경하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유심히 지켜보는 사람들을 피하고 싶다. 그렇게 살 자신이 없다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 시선에 부합하는 멋진 비대학 청년으로 살고 싶은 거다. 나에게도 남 부럽지 않은 삶이 있다고.
요즘은 ‘삶은... 삶은 달걀이다!’ 따위의 마음가짐으로 살고있긴 하지만 그것도 나름대로의 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달걀보다 더 나은 무언가 중에 내 삶을 지탱해주는 것들을 찾아내서 다시 나를 지켜내야지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