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란 늘 어색하고 어딘가 간지러운 단어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릴레이 손편지 캠페인의 진행을 맡아준 장수를 떠나보내고 그 자리를 물려받게 되었을 때도 마음 한구석이 간지러웠습니다. 바쁜 대학 생활 가운데에도 이 활동에 책임감 있게 임할 수 있을지, 부족한 감수성으로 매달마다 의미깊은 편지 주제를 생각할 수 있을지…. 그런 걱정에도 ‘하고 싶다’라고 말한 건 그 간지러움이 설렘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색한 설렘을 안고 저를 비롯한 손편지 팀은 하자센터 내에 2018년 동안 진행했던 캠페인의 결과를 전시했고, 그곳에서 2019년의 첫 활동도 진행했습니다. 대망의 첫 활동은 1월 12일. 서툴렀던 탓일까요? 준비과정에서 우스운 실수를 하기도 하고 마땅한 아이디어가 없어 고민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떨림과 기대는 사라지지 않았고, 그랬기에 우리 손편지 팀 모두가 웃으며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물이 잘 보이도록 조명의 위치를 정비하고, 공식 인스타 계정(@letter4foryou)을 재정비하고, 물려받은 발표 자료를 검토하고…. 어느새 캠페인 당일은 제 앞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긴장한 목소리를 풀어가며 저는 입을 열었고 참가자들은 귀를 기울였습니다. 감사하게도 활동 시간 내내 모든 분이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셨습니다. 사실 자신의 고민을 편지 안에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과 타인의 고민에 진솔하게 답장하는 건 모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는 그런 시간을 평소에 잘 갖지 않으니까요. 어쩌면 저만큼이나 이 활동이 새롭고 어색했을 사람들의 적극적인 모습에 처음 가졌던 설렘은 감사함이 되었습니다. 캠페인을 마치고 소감을 나누는 시간에는 그 자리의 모두가 편지의 가치를 마음에 안고 간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고요.
사람들이 떠난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 활동을 통해 앞으로 어떤 편지를 더 만나게 될까? 편지가 주는 의미를 어떤 사람들과 나누게 될까? - 지금은 이 질문에 답할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알게 되겠죠? 마음 한구석의 설렘이 뿌듯함으로 남은 지금. 봄과 함께 다가올 3월 손편지 캠페인을 준비하기 앞서서 2019년 첫 캠페인을 돌아보았습니다.
당신에게는 이 글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요? 예전에 프로젝트를 맡았던 경험을 떠올릴 수도 있고, 어린 시절 이후로 쓰지 않은 손편지를 회상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제가 느낀 감정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고요. 지금 당신이 갖는 생각이 무엇이든 저의 글이 오랜만에 편지를 써보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활동에서 참가자들이 작성한 편지 몇 가지를 소개하며, 여기서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25살을 맞이하여 ‘책임감’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던지고 있는 고민입니다. 멋지고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한 고민. 20대 중후반을 맞이한 누구나 해볼 법한 생각이기에 여러 사람의 공감을 불러오는 편지였어요.
위의 고민에 대해 작성해주신 다정한 답장입니다. 무려 2장을 꼭꼭 채워주셨는데요. 멋진 어른이 되기 이전에 행복한 사람이 되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소중한 사람들과 나눈다면 그것이야말로 좋은 사람일 거라는 조언을 남겨주셨습니다. 그리고 고민에 답장을 남기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의 고민도 해결되었다는 흐뭇한 후기까지 적어주셨어요.
위의 고민과 답장 외에도 참가자들이 작성해주신 편지입니다. 고민에 관한 답장을 두 개 이상 적으실 정도로 열의를 보여주신 분들이 많아서 제가 다 뿌듯했던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