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작업장학교 15주년, 홈커밍데이에 초대합니다 2016.08.11
하자작업장학교 15주년, 홈커밍데이에 초대합니다

 

 

수천 킬로 요동치는 물결을,
파동을 만들어내고 싶었던 고래들,
숲을 지키고 싶었던 크리킨디들,
하자작업장학교 학생, 선생님, 판돌들, 
그리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학부모와 동료들에게.

 

 

911. 뉴욕 쌍둥이 빌딩 테러가 일어난 지 15년이 흘렀네요. 바로 그 다음 날에 개교한 작업장학교는 만 열다섯 살이 되었고요. 나이를 먹으면서 그간 학교에도 많은 일이 있었네요. 

가끔 학교 생각, 친구와 선생님 생각이 나긴 하지요?

 

2016년 9월 12일에 모이는 자리 마련할까 해요. 그 즈음이면 시원한 바람도 불 테죠. 학교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살펴보면서 나/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물어보는 자리. 홈 커밍 데이! 

얼굴도 보고, 안부도 묻고, 연결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노래도 해요! 선물도 주고받고요.

 

 

2016년 8월 15일 더운 여름을 견디며 조한, 히옥스

 

 

 

> 히옥스의 조금 긴 추신.

 

107호 우주로 통하는 골방에서 소담의 명함그림과 다함의 사진들 전시를 준비하다가 전해들었던 911 뉴욕 테러사건. ‘이런 시절에 우리는 학교나 만들고 있네!’하면서 놀란 가슴 쓸어내렸던 기억.

 

몇 년 전 홈페이지가 해킹 당한 뒤 사라진 자료의 흔적들을 뒤지다보니 개교식을 마치고 난 뒤 911사건에 대한 공부와 토론을 하기는 했는데, 어쩌면 그때 우리에게는 하자작업장학교를 시작한다는 것보다 더 큰 사건은 없었겠다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우리는 학교나 만들고 있네!’하던 것. 그때 그건 정말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학교에서 많은 일들을 했지요. 몇 개 프로젝트들의 제목들을 검색해보니, 당시의 죽돌들은 우리 사회의 교육시스템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다른 십대들을 참 많이 기다렸구나, 하자작업장학교를 잘 만들어 적극적으로 교육시스템에 문제제기를 하고 아직 학교문을 나서지 못한 십대들을 위한 자율공간, 해방공간을 만들어두고 싶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그때 911사건을 좀 더 공부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할 때가 많아졌어요. 2010년부터 시작한 시즌2 학교에서는 지구적인 위기에 대해서 염려하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십대들을 위하여 지구시간을 다 쓰지 않고 남겨두고 싶어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 혐오와 갈등, 무시와 모욕의 대립을 우정과 환대의 관계로 바꾸고 지구적인 위기를 함께 돌보는 동료들이 되고 싶어하고요. 개교식이 끝나고 조한과 죽돌들이 모여서 911사건을 토론하던 날,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었지요. ‘어떻게 인류가 인류를 이토록 미워할 수 있는 거지?’하고.

올해 ‘다시 봄이 올 거예요’라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하자작업장학교에서도 이 책을 읽었습니다. 세월호참사의 십대들, 그들의 형제자매들이 쓴 책이지요. 말하고 글 쓰던 시즌1의 분위기는 듣고 읽는 시즌2로 된 것 같아요. 이 책은 하자로 오지 않았던 학교 안의 십대들이 ‘이제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모여 앉아서 다시 ‘우리는 학교나 만들고 있네!’라고 말할 수 있기 위해 손을 내미는 책 같았습니다. 우리가 그 손을 잡기도 전에 단원고 기억교실의 이전소식이 들려와서 조금 낙담했습니다. 그리고 학교의 래씨가, 시즌1 죽돌이었던 마니의 도움을 얻어 노래 하나를 만들었어요. 그러면서 낙담한 마음을 조금 거둡니다. 시간에 마음 쓰고 있는 한, 시간은 우리 편이니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하자작업장학교가 만 15년의 시간을 겪는 마음. 다시 ‘우리는 학교나 만들고 있네!’하고 되뇌어 봅니다. 8월 20-21일 단원고의 기억교실이 이전하고 나면 앞으로 기억학교 만들기가 시작될 텐데, 이미 우리는 그 손을 꼬옥 잡고 있거든요.


 

 

래씨의 기억교실을, 래씨로서는 이렇게 녹음해본 것은 첫 작업이었는데, 들어봐주세요.
우리의 ‘학교만들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네요.

 

 

https://soundcloud.com/hiiocks/sewolschool

 

 

기억교실 _ 래씨 류해찬

 

v1

내가 사는 나란 너보다 이익을 우선시해서

네가 탄 배의 크기보다 더 많은 욕심을 실어

그대로 바달 향했지 그 무겔 이기지 못해

밴 가라앉았고 함께 실린 욕심은 오히려

다시올라와 네 손을 잡지 못하게 했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계속

널 다시 올려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널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직 허릴 곧게

치켜세우고 옆에 있는 다른 사람과 함께 손잡고 네 이름을 부르고 있어 매일

더 이상 나란 뭔갈 해주지 않을 걸 알기에 기억하는 인 뭉쳐서 내일을 고민해

그들이 바라는 내일을 붙잡는 건 특별한 한명이 아닌 계속 함께 힘을 모은

그 모두의 역할임을 이제는 알고 있어

또 같은 세대에겐 이건 남 문제가 아니란 것도

 

h

기억의 교실 이젠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당신 이름을 좀 더 큰 짐으로 취급해도

우리의 시댄 더욱 진실을 밝혀야 만해

우리세대가 결코 피할 수 없는 문젠걸 알기에

 

v2

그럼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대체 어떻게

움직여야하나 그 고민 안에서 헤매었네

사실 지금도 마찬 가지로 길을 찾진 못했지만 적어도 갈필 잡는 방법을 알 것 같아

518 광주를 기억한 고정희 시인처럼

이 시대가 기억할게 이 세대에 주어졌어

마치 시인처럼 계속 시대에 기록을 남겨야지

시민을 지키지 않고 다른 이익을 추구하던

국가를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서로 받쳐주며

계속해서 같이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해 계속 움직이며 시도해 최초의 시인들처럼 오디세이를 만들어 보기로 해

내게 있어 그 시작은 지금 이 랩처럼

디스보다는 피스를 계속해서 외쳐 먼저

다른 이들을 위로 할 수 있는 시를 썼던

시인들에게 계속 영감을 받아가면서

 

h

 

v3

무언가를 기억하고자 시를 쓴다는 건

뚫릴 때까지 그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

그것의 속삭임까지 귀를 열고 듣는 것

숨이 찰 때까지 그 무언가에 말을 거는 것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할 만큼 감탄하는 것

그 순간을 다른 이에게 다시 전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을 모으는 힘을 가진 이야기로

탈바꿈 시켜서 널리 퍼뜨리는